AI가 청년층 일자리 완전히 잠식
삼성도 40대가 20대보다 많아
기업 생존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

“우리 팀에 20대가 한 명도 없다.” 한 대기업 부장의 말이 요즘 기업 현실을 보여준다. 인공지능(AI) 기술이 일으킨 충격파가 한국 기업들의 근간을 뒤흔들고 있다.
챗GPT가 등장한 지 2년 만에 영국에서는 신입 일자리 3분의 1이 증발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 역시 예외가 아니다. 국내 대표 기업 삼성전자에서도 40대 이상 직원이 20대 직원보다 많아지는 역전 현상이 벌어졌다.
AI 기술, 신입사원 자리 완전 점령
영국 구인구직 사이트 애드주나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분석 결과는 충격적이다. 챗GPT 출시 이후 2022년 11월부터 올해 5월까지 대졸자와 인턴 등 초급 일자리가 31.9%나 줄어들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업종별 편차다. 소매업 분야에서는 초급 일자리가 78.2%나 사라졌고, 물류와 창고 관리 부문이 그 뒤를 따랐다. IT와 회계 금융 분야에서도 초급 일자리가 절반 이상 감소했다.
이는 전체 일자리가 0.5% 증가한 것과 정반대 흐름이다. 제임스 니브 애드주나 데이터과학 책임자는 “경제적 어려움에 더해 AI가 초급 일자리 축소의 주된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통신업체 BT는 2023년 5월 2030년까지 AI로 1만개 일자리를 대체하겠다고 발표했다. 올해 들어서는 당초 계획보다 더 많은 감원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앤스로픽의 다리오 아모데이 CEO는 향후 5년간 AI가 신입 사무직 일자리 절반을 없애 실업률이 10-20%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삼성전자도 피해갈 수 없었다

한국 기업들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한국CXO연구소가 삼성전자의 2010년부터 2023년까지 인력 변화를 분석한 결과, 20대 직원 비중이 급격히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 삼성전자 직원 중 29세 이하가 55.7%를 차지했다. 2015년에는 58.9%까지 늘어났지만, 이후 급락해 지난해에는 27.1%로 떨어졌다. 20대 직원 수도 2015년 19만명에서 작년 7만명대로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반대로 40대 이상 직원 수는 2010년 2만 명대에서 지난해 8만 명을 넘기며, 처음으로 20대 직원 수를 추월했다. 간부급 비중은 35%로, 직원 3명 중 1명이 간부인 셈이다.
국내 500대 기업에서는 50세 이상 직원 비중이 작년 22%로 20대(21.6%)를 넘어섰다. 전체 근로자 평균 연령도 43.8세로 상승했다. 제조업에서는 60세 이상 취업자가 20대보다 많아진 상황이다.
생산성 저하와 인건비 부담 가중

노동생산성은 보통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에 정점을 찍고 이후 감소한다. 고령 근로자 비중이 늘수록 전체 생산성이 떨어지는 것은 불가피하다. 특히 중소기업은 젊은 기술 인력 확보가 어려워 디지털 전환 등 미래 변화에 더욱 취약해지고 있다.
또한, 연공서열 임금체계 하에서 고령 직원 증가는 인건비 부담 증가로 직결된다. 50대 이상 근로자가 임금 증가분 대부분을 차지하면서 기업들의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다.
한국은 이미 65세 이상 인구가 20%에 육박하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했다. 기업 고령화 현상은 앞으로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생산성 유지와 인건비 관리, 인력 구조 혁신 등 다각도 전략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