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저렴했던 식용유 가격 급등
인도네시아 정책으로 수출량 감소 전망
국내 식품·외식업계 물가 상승 우려

“저렴한 팜유 시대가 끝났다.”
전 세계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식용유로 꼽히던 팜유가 공급 부족으로 가격 급등을 겪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지난 10일(현지시간) 세계적으로 팜유 수요는 계속 증가하는 반면, 생산량 증가율은 둔화되며 가격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팜유, 더 이상 ‘저렴함’의 대명사 아니다

기름야자 열매에서 추출하는 팜유는 그동안 안정적인 생산량과 낮은 가격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식용유 자리를 지켜왔다.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가 세계 수출 시장의 80%를 점유하고 있으며, 식용유뿐 아니라 화장품, 세제 등 다양한 생활용품의 원료로도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5년 전만 해도 국제시장에서 팜유 가격은 1톤당 약 66만원(2천 말레이시아 링깃) 수준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말에는 165만원(5천 링깃)을 넘어섰다. 현재는 약간 하락했지만 여전히 148만원(4천500링깃) 이상에서 거래되고 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세계 최대 팜유 수입국인 인도에서 최근 6개월간 팜유 가격이 대두유보다 높게 형성됐다는 점인데, 2022년 말만 해도 팜유는 대두유보다 톤당 58만원(400달러) 이상 저렴했다.
산림 보호와 바이오 연료 정책으로 줄어든 공급

독일의 식물성 기름 시장분석기관 ‘오일 월드’는 “팜유 생산 증가 속도가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오일 월드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30년까지 팜유 생산 증가량은 연평균 130만톤에 그칠 전망이다. 이는 2010년부터 2020년까지 연평균 증가량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1970년대부터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는 팜나무 플랜테이션을 적극적으로 확장해 왔다. 덕분에 팜유 생산량은 1980년부터 2020년까지 매년 평균 7%씩 증가했다. 그러나 최근 4년간 생산량 증가율은 연평균 1%에 불과했다.

이러한 둔화의 주요 원인은 환경 문제다. 산림 벌채 논란이 커지면서 인도네시아는 신규 플랜테이션 허가를 금지했기 때문이다.
또한 팜나무는 20년이 지나면 생산성이 떨어지고 25년이 지나면 교체해야 하는데, 새 나무가 열매를 맺기까지 3~4년이 소요된다. 이 때문에 농민들은 새 팜나무를 심기보다 다른 작물로 전환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인도 상사회사 고드레지 인터내셔널의 도랍 미스트리 애널리스트는 “인도네시아가 신규 플랜테이션 허가 금지 정책을 유지하면 주기적으로 공급 부족이 발생해 팜유 가격이 급등할 수 있다”며 우려했다.

계속해서 그는 “이로 인해 개발도상국 30억~40억 명의 소비자들이 높은 팜유 가격 부담을 떠안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 소비자에게 미치는 파장

한편 팜유 가격 상승은 한국 소비자들의 일상생활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라면, 과자, 빵, 튀김류 등 가공식품에 널리 사용되는 팜유 가격이 오르면 식품 제조 비용 증가로 이어져 소비자 가격 상승을 초래할 수 있다.
특히 외식업계에서는 튀김용 기름으로 팜유를 많이 사용한다. 가격 상승이 지속되면 치킨, 돈가스, 튀김류 등의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크다. 이미 상승세인 한국의 외식 물가에 추가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한 팜유는 화장품(비누, 로션, 립스틱 등), 세제, 샴푸 등 생활필수품의 원료로도 사용되기 때문에 원자재 가격 상승은 이러한 제품들의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기업들은 대응책으로 대두유, 해바라기유, 카놀라유 등 대체 식물성 기름 사용을 늘릴 수 있으나, 이 역시 팜유 가격 상승에 따른 대체재 수요 증가로 가격이 함께 오를 가능성이 있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특히 서민들이 주로 소비하는 제품들이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 생활비 부담이 더욱 가중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팜유 가격 상승은 단순한 식용유 문제를 넘어 국내 전반적인 물가 상승과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