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고율 관세 폭탄 2주 앞
베트남 진출 한국 기업들 공포
10조원 규모 피해 우려 현실화

“이러다 정말 문 닫아야 할 판이야.”
미국이 예고한 46%의 초고율 관세 시행이 2주 앞으로 다가오면서, 베트남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전례 없는 위기감에 휩싸였다.
하나금융연구소에 따르면, 미국이 베트남과 인도에 25% 관세를 부과할 경우 한국의 대미 수출이 13% 이상 급감하고 국내 부가가치 손실이 10조 6천억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베트남, 생존 위해 ‘선물 외교’ 총동원
미국이 7월 9일부터 베트남에 46%의 초고율 상호관세 부과를 예고하자, 베트남 정부는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팜 민 찐 베트남 총리는 지난 25일 기자회견에서 “베트남 정부가 관세 문제에서 미국 행정부와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깊은 공감대를 형성해가고 있다”며 “남은 기간 내 미국과 협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베트남은 실제로 강력한 ‘선물 공세’를 펼치고 있다. 이달 초 30억 달러 규모의 옥수수와 밀 등 미국산 농산물 구매 협약을 체결한 데 이어, 에너지와 항공기 등 미국산 상품 대량 수입도 약속했다. 또 럼 공산당 서기장이 직접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과 만날 계획도 세워두고 있다.
베트남 정부는 상호관세율을 20~25% 수준으로 낮추는 방안을 집중 추진하고 있으며, 양국 협상단이 이러한 내용을 담은 기본 합의에 근접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베트남은 최근 미국과 3차례 무역 협상을 진행한 뒤 화상회의를 통한 추가 협상도 이어가며 막판 협상 타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 기업들, 삼중고에 직면

하지만 미국의 요구 조건은 만만치 않다. 미국은 베트남에 중국산 상품의 베트남 경유 우회 수출 차단과 정보기술 수출품에서 중국산 기술과 부품 사용 축소 등 대중국 경제 의존도 감축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어 협상의 난이도를 높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은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우선 베트남 현지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던 경로가 막히면서 직격탄을 맞게 됐다. 삼성전자와 LG전자 같은 대기업뿐 아니라 1만 개 이상의 중소기업들이 생산비용 상승과 수출 감소 압박을 동시에 받고 있다.
두 번째로는 한국에서 베트남으로 보내던 중간재 수출이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베트남에서 미국으로의 수출이 위축되면, 전기·전자, 기계, 금속, 화학 분야에서 베트남에 중간재를 공급하던 한국 기업들의 수출도 덩달아 감소할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베트남과 인도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해졌다. 특히 베트남에 생산기지를 둔 스마트폰과 가전 산업의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시간과의 전쟁, 협상 결과에 운명 맡겨

현재 동남아시아와 남아시아 각국이 미국과 무역 협상 체결을 위해 총력전을 벌이고 있지만, 워낙 많은 국가들이 동시에 협상을 진행하고 있어 세부 협상에서는 난항을 겪고 있다.
시장 개방 등 미국의 요구를 모두 수용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각국은 시간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베트남 정부는 대외적으로 7월 9일 기한 전에 협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지만, 실제 협상 테이블에서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특히 중국과의 경제적 연결고리를 끊으라는 미국의 요구는 베트남으로서는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이다.
한국 정부와 기업들도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베트남과 인도에서의 협상 결과에 따라 한국 경제 전체에 미칠 파급효과가 워낙 크기 때문이다. 앞으로 2주 동안 진행될 협상의 결과가 한국 기업들의 운명을 좌우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