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 시절 불신 해소 안 돼
대중국 방첩 활동 강화 지시
전쟁으로 인한 경제 종속화

겉으로는 중국과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과시하던 러시아의 진정한 속내는 그렇지 않은 듯 하다.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이 작성한 문서에서 러시아는 중국을 적으로 묘사하고 있다는 것이 드러난 것이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는 중국이 러시아 과학자들을 유혹해 민감한 군사 기술을 손에 넣을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하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는 중국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음에도 중국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뉴욕타임스는 이러한 러시아의 행보가 그만큼 러시아의 절박함을 보여준다고 해석하고 있다.
전쟁 기간 대중국 방첩 활동 강화

러시아 연방보안국이 작성한 문서에 따르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하기 사흘 전 ‘엔텐테-4’라는 이름의 새로운 방첩 프로그램을 승인했다.
그리고 해당 프로그램의 의도는 중국 스파이들이 러시아의 이익을 침해하는 것을 막고자 계획되었다. 러시아는 자신들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몰두하는 사이 중국이 이를 이용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대중국 방첩 활동을 강화한 것이다.
또한 해당 문서에 따르면 중국은 러시아의 우려대로 각종 첩보 활동을 통해 공무원, 전문가, 언론인 등을 스파이로 포섭하려는 노력을 강화한 정황이 포착되었으며, 러시아는 중요한 전략 정보가 중국으로 가는 것을 막도록 요원들에게 지시한 내용이 확인되었다.
이대로면 중국에 경제 종속 우려

러시아와 중국의 묘한 긴장 관계는 경제 분야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러시아는 전쟁 발발 이후 서방의 제재로 인해 다수의 경제 문제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데 이 때문에 러시아가 중국의 ‘경제 식민지’가 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등장했다.
실제로 중국 세관 자료에 따르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는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중국의 최대 석유 수출국이 되었다.
중국은 전쟁 이전보다 러시아산 석유의 수입량을 약 23% 이상 증가했으며 반대로 사우디 원유 수입량은 약 10%가량 감소했다.

여기에 러시아는 무기 제조에 필요한 상당수의 부품을 중국산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데 이러한 관계는 전쟁이 끝난 이후에도 러시아가 경제적으로 중국에 종속될 수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해군력 순위로 중러 자존심 싸움

중국은 구축함, 호위함, 잠수함 등을 공격적으로 생산하면서 세계 1위의 해군력을 보유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러시아는 곧바로 중국의 해군력이 미국은 고사하고 자신들보다도 10년이나 뒤처져 있다는 보고서를 발표하였다.
특히 러시아는 정숙성이 우수한 보레이급 잠수함을 보유하고 있다며 잠수함 전력에서 중국이 자신들을 따라오려면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 지적했다. 여기에 러시아는 ‘2050년 러시아 해군 발전 전략’을 승인하면서 해군력 강화를 위한 장기 계획을 발표하기도 하였다.
결국 중러 양국의 전략적 협력 강화는 서방에 맞서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지만, 그 이면에는 여전히 구소련 시절부터 이어진 상호 불신이 깔려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
겉으로는 밀월을 연출하지만 뒤에서는 서로를 견제하며 자존심 싸움을 벌이는 기묘한 동반자 관계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