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 일본 경차 규격에 맞춘 첫 전기차 출시
작지만 똑똑한 기능…V2L로 전력 공급도 가능
캐스퍼와 닮았지만 다른 전략, 해외 진출은 제한

혼다의 첫 순수 전기 경차 ‘N-One e:’가 일본 시장에 공식 데뷔하며, 자국 규격에 최적화된 새로운 소형 전기차의 등장을 알렸다.
작고 귀여운 외모에 소음 없는 주행성능. 언뜻 장난감처럼 보이는 이 차에 담긴 전략은 결코 가볍지 않다. 혼다 N-One e:는 현대 캐스퍼 일렉트릭과 궤를 같이하면서도, 전혀 다른 길을 걷는다.
두 차량 모두 작은 차체와 실용성을 무기로 삼았지만, 그 탄생 배경과 시장 전략은 각자가 속한 규제의 차이만큼이나 선명한 대비를 이룬다.
‘작은 거인’의 등장…일본 내수 맞춤 전기차가 품은 야심
혼다 N-One e:의 시선은 철저히 일본 내수 시장을 향한다. 일본은 길이와 폭, 출력까지 엄격히 제한하는 대신 세금, 보험, 주차 등에서 각종 혜택을 부여하는 고유의 ‘경차(軽自動車)’ 제도를 운용해왔다.

N-One e:는 이 제약 안에서 실용성과 개성을 극대화한 모델이다. 길이 3.4m 미만의 다부진 박스형 차체에, 실내는 물리 버튼 중심으로 구성해 아날로그적 조작의 직관성을 유지했다.
최고출력은 64마력(47kW)에 묶여 있지만, 이는 일상적인 도심 주행에 부족함이 없다는 실용주의적 판단이 깔려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작은 전기차가 단순 이동수단을 넘어설 가능성을 품었다는 것이다. 외부전원공급(V2L) 기능이 대표적이다.
정전 시 가정의 비상 전력원으로, 야외에서는 전기자전거와 노트북의 충전기로 변신한다. 이동수단에 다목적성을 부여해 자동차의 쓰임새를 확장하려는 고민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캐스퍼와 닮은 듯 다른 길’…규제가 만든 전기차의 두 얼굴

이 지점에서 현대 캐스퍼 일렉트릭이 자연스레 겹쳐진다. 캐스퍼 역시 국내 경차 규격에서 태어났지만, 전기차라는 특성을 통해 성능의 경계를 허문 사례다.
특히 출력과 주행거리 면에서는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국내 규제를 바탕으로 상품성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소형 전기차의 활용성과 미래를 두고 두 차량이 같은 질문에 각기 다른 해법을 내놓고 있음을 보여준다.
혼다는 오는 9월 일본 판매를 시작으로 독일 뮌헨 IAA 모터쇼에서 유럽 시장에도 N-One e:를 선보인다.
하지만 미국 시장 진출은 고려하지 않는다. 이 차가 ‘일본 경차’라는 특수한 문법 안에서 가장 빛을 발하는 모델이기 때문이다.

반면 캐스퍼 일렉트릭은 경차 규격을 발판 삼아 더 넓은 무대에서 경쟁하는 전략적 모델로 포지셔닝했다.
크기가 작다고 역할까지 줄어들진 않는다. 전기차 시장이 다변화되는 지금, 혼다 N-One e:처럼 규제에 맞춰 최적화된 ‘작은 거인’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가치를 입증하고 있다. 소형 전기차가 써 내려갈 다음 장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