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 오염과 정신건강의 상관관계
뇌 염증, 신경세포 손상으로 이어져
대기환경 개선 대책 시급

봄철마다 찾아오는 불청객, 미세먼지. 미세먼지 경보가 울리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마스크를 챙긴다.
흔히 사람들은 미세먼지가 단순히 호흡기에만 영향을 미친다고 알고 있다. 그런데 한 연구에서 미세먼지가 우리가 상상하지도 못한 것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미세먼지가 가장 심한 3월
질병관리청과 서울시 대기환경정보는 최근 3년간 고농도 미세먼지 기준(50㎍/㎥ 초과)을 넘는 날 중 80%가 12월에서 3월 사이에 집중된다고 밝혔다. 특히 3월이 연평균 초미세먼지 농도가 가장 나쁜 달로 조사됐다.

미세먼지는 크기에 따라 두 종류로 나뉜다. 일반 미세먼지는 지름이 10㎛(마이크로미터) 이하이며, 초미세먼지는 지름 2.5㎛ 이하로, 사람 머리카락(50~70㎛)과 비교하면 육안으로 보이지 않을 만큼 작다.
초미세먼지가 사람의 폐포까지 깊이 침투한다면 호흡기질환은 물론 혈액과 심장 질환, 피부 트러블 등 여러 건강 문제를 유발한다. 아울러, 우울증 유발 가능성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도 있어 모두가 주목하고 있다.
정신건강까지 위협하는 미세먼지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 런던(UCL)의 책임 연구원 이소벨 브레이스웨이트가 이끄는 연구팀이 과학저널 ‘환경 보건 관점’에 발표한 연구는 미세먼지와 우울증, 극단적 선택 사이에 강한 통계적 연관성이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번 연구에서 초미세먼지(PM 2.5)와 우울증의 상관성을 조사한 결과, 1년 이상 초미세먼지 10㎍/㎥ 농도 증가에 노출되면 우울증 발병 위험이 10%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미세먼지(PM 10)와 자살 위험에 대한 조사에서는 단기간으로도 사흘 이상 농도가 10㎍/㎥ 증가하면 자살 위험이 2% 늘어났다.
브레이스웨이트 연구원은 “미세먼지가 혈관과 코를 통해 뇌로 도달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한 뇌 염증, 신경세포 손상, 스트레스 호르몬 생산 변화 등으로 정신건강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 우울증 환자는 2억 6천 4백만 명 이상이다. 브레이스웨이트 연구원은 “EU 수준으로만 대기오염을 줄여도 대략 우울증의 15%를 예방할 수 있다”고 전했다.
미세먼지에 대응하려면
질병관리청은 미세먼지 ‘나쁨’ 수준일 때 실외 활동을 자제하고 코와 입을 모두 가릴 수 있는 보건용 마스크를 밀착해 착용하도록 권고했다. 귀가 후 즉시 샤워하는 것이 좋으며, 미세먼지에 직접 노출되는 눈, 코, 입의 세정에 각별히 신경써야 한다.

또한 미세먼지가 나쁜 날에도 환기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환기를 하지 않으면 오염물질이 쌓여 오히려 실내 공기가 외부보다 더 오염될 수 있기 때문이다. 환기 후에는 물걸레 청소로 실내 미세먼지를 줄이고 습도를 조절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브레이스웨이트 연구원은 “우리 모두 공기 오염을 줄이기 위해 걷거나 자전거를 타는 것뿐만 아니라 정책적으로도 전반적 공기 오염을 줄일 시스템 변화를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