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경제 운명 가를 CPI 발표 임박
물가지표 결과에 증시 향방 결정될 듯
트럼프 관세 폭탄도 시장 변수로 작용

“이번 CPI가 높게 나온다면 ‘S’라는 단어를 적용할 수 있다.”
뱅크오브뉴욕멜론의 존 벨리스 전략가가 경고한 ‘S’는 스태그플레이션으로 경기 침체 속 고물가라는 경제학적 악몽을 의미한다.
특히 오는 12일(미 동부시간) 발표되는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미국 경제의 향방을 결정짓는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이는 연방준비제도(Fed)의 다음 회의(18~19일) 전 마지막으로 공개되는 물가지표로, 그 결과에 따라 금리 정책 방향이 크게 영향받을 수 있어 전 세계 투자자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시장의 운명 가를 하나의 숫자

이번 2월 CPI 전망치는 지난해 같은 달 대비 2.9%, 전월 대비 0.3% 상승이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각각 3.2%와 0.3% 상승이 예상된다. 이는 연합인포맥스가 집계한 시장 예측이다.
최근 미국 경제가 둔화 조짐을 보이는 상황에서 물가지표가 예상보다 높게 나타난다면, 스태그플레이션 우려에 힘이 실릴 수 있다.
이는 S&P 500지수의 향방에도 직접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일에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경제 낙관론 덕분에 200일 이동평균선을 간신히 지켰다.

리플렉시비티의 공동 창업자 주세페 세테는 “낙관적인 기미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시장이 반등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물가 상승세가 둔화되면 연준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주식 시장에 훈풍이 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주목해야 할 경제 지표들의 행진

CPI 외에도 이번 주는 중요한 경제 지표들이 연이어 발표된다. 먼저 11일에는 미국 고용시장 상황 파악의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보이는 1월 구인·이직 보고서(JOLTs)가 공개된다.
이어 13일에는 2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발표된다. 시장은 전월 대비 0.3% 상승을 예상하고 있으며, 같은 날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도 확인할 수 있다.
주 마지막 거래일인 14일에는 3월 미시간대 소비심리지수 예비치가 나온다. 지난 2월 미시간대 예비치에서 1년 기대인플레이션이 전망을 웃돌며 뉴욕 증시에 투매를 불러일으켰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발표도 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CPI는 경제 활동과 정책 결정에 광범위하게 활용되는 중요 지표다. 인플레이션 측정과 통화정책 결정에 핵심적 역할을 할 뿐 아니라, 화폐 구매력 평가, 소비자 구매력 영향, 외환 시장 영향 등 경제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트럼프의 ‘관세 폭탄’도 관전 포인트

경제 지표 외에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이번 주 시장의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철강과 알루미늄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일 트럼프 美 대통령은 “조정하지 않는다. 그것들은 다음 주에 발효된다”라며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확언했다. 어떤 나라도 예외나 면제 없이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인 것이다.
그러나 지난 캐나다와 멕시코 사례에서 보듯, 실제 발효 과정에서는 상당한 변수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 또한 이러한 보호무역 정책이 글로벌 교역 환경과 주식 시장에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편, 이번 주에는 연준 주요 인사들의 발언이 없을 예정이다. 다음 주 FOMC를 앞두고 ‘침묵 기간’을 준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주요 기업 실적으로는 오라클(10일)과 어도비(12일)의 발표가 예정되어 있다.
결국 이번 주 뉴욕 증시의 향방은 12일 발표되는 2월 CPI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따라, 모든 시선이 이날 발표에 쏠려있는 상황이다.

물가가 예상보다 높게 나오면 금리 인하 기대감이 후퇴하며 주식 시장이 하락할 가능성이 크고, 반대로 예상보다 낮게 나오면 금리 인하 기대감이 살아나면서 시장이 반등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