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관세 카드에 글로벌 증시 요동
개인 투자자, 대형주·해외 ETF에 수조 원 매수
“지금이 저점” 기대감 속 불안 심리도 여전

“이렇게 흔들리는 장에서도 매수한다는 게 쉽지 않은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보편 관세 카드를 꺼내들어, 글로벌 증시가 크게 흔들리는 가운데 특히 한국 증시는 큰 폭으로 하락했고, 시장 전반에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개인 투자자들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코스피에서만 외국인은 8조 원 넘게 팔아치운 반면, 개인 투자자들은 코스피에서 5조 원, 미국 주식에서 3조 원 가까이를 사들이며 이번 달에만 8조 원 넘게 순매수했다.
낙폭이 컸던 지난 7일 하루에만 1조 6721억 원이 개인의 매수로 들어갔다. 4일에도 1조 원 이상 순매수하며 급락장 속에서도 적극적인 매수 행보를 보였다.

주요 매수 종목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현대차, 기아, LG전자 등 하락폭이 컸던 대형주들이었다. 일시적인 하락일 뿐, 시간이 지나면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가 투자심리에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해외주식도 ‘러시’…서학개미, 레버리지 ETF 집중 매수
국내 시장뿐만 아니라 해외 주식에서도 개인의 매수세는 거셌다. 4월 10일까지 서학개미들은 약 3조 2257억 원(22억 2630만 달러)을 순매수했다. 특히 7일부터 10일까지 단 3일간 하루 8천억 원 규모의 자금이 미국 증시에 몰렸다.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SOXL로, 미국 반도체 지수를 3배로 추종하는 고위험 레버리지 ETF다. 1조 원이 넘는 자금이 해당 종목에 유입됐다. 이어 TQQQ(나스닥100 3배 ETF), 테슬라, TSLL(테슬라 2배 ETF), 엔비디아 등이 뒤를 이었다.
투자자들이 공격적으로 나선 배경에는 “지금이 저점”이라는 인식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달 초 나스닥100지수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6.6배, 코스피는 0.8배 수준까지 떨어져 20년 넘게 보기 힘든 수치를 기록했다.
전문가 “불안한 시그널도 분명 존재…리스크 관리 필요”

하지만 낙관론에만 기대기는 어렵다. 미중 무역 갈등이 다시 고조되고 있고,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중국의 성장률을 올해 4.5%에서 4%로 하향 조정했고, JP모건은 미국 및 세계 경기 침체 확률을 60%로 유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관세 조치가 시작에 불과할 수 있다”고 경고하며, 시장의 불확실성은 여전히 높다고 진단했다. 특히 고위험 레버리지 상품 비중이 높아진 만큼, 하락장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화투자증권 박승영 연구원은 “현재는 매수가 유리한 구간일 수 있지만, 나스닥의 하방 안정성이 확인되기 전까지는 국내 시장도 변동성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현재 개인 투자자들의 움직임은 분명 인상적이다. 그러나 불확실한 대외 변수와 레버리지 투자의 위험성을 고려할 때, 섣부른 낙관은 경계해야 할 시점이다. 앞으로의 시장 흐름에 따라 이들의 ‘역발상 투자’가 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