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살이도 서러운데 “이러다 길바닥에 나앉는다”… 갈 곳 잃은 서민들 ‘어쩌나’

전세 매물 급감에 세입자 발 묶여
대출규제로 보증금 마련 어려워져
“집값 잡겠다고 무주택자 희생양 삼나”
전세
서민 주거불안 심화 / 출처: 뉴스1

전세 시장의 동결과 함께 서민들의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매물은 감소하고 가격은 상승하는 악순환 속에서 주거 안정성이 흔들리는 모습이다.

여기에 새로운 대출 규제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무주택자들의 한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꽉 막힌 전세 시장, 매물은 줄고 가격은 오르고

10일 부동산 정보 플랫폼 리치고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서울 전세 매물은 한 달 전보다 8.3% 감소했다.

전세사기 급증
서민 주거불안 심화 / 출처: 연합뉴스

KB국민은행 통계에서도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이미 26주 연속 상승 중이다. 용산구, 노원구, 송파구, 강남구 등 서울 전역에서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6월 27일 발표된 대출규제 이후 거래량이 급감하는 추세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자료를 보면 3월에 비해 7월 거래량은 크게 줄었고, 이러한 하락세는 계속되고 있다.

대출규제로 매매가 어려워지면서 전세를 찾는 수요가 늘어났지만, 정작 매물은 부족한 상황이다. 매물과 거래가 줄어드는 가장 큰 원인은 공급 감소로 꼽힌다.

김승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2년 후까지 아파트 입주물량도 감소하고 있어 공급 감소에 따른 주거비용 상승은 지역별로 향후 나타날 것”이라고 지난 10일 전망했다.

‘전세의 월세화’ 가속화되는 현실

월세 전환 가속 현상
서민 주거불안 심화 / 출처: 연합뉴스

서민들의 주거 안정성은 더욱 위협받고 있다. 12일 법원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7월 확정일자를 받은 전·월세 계약 중 월세 비율은 64.06%로, 지난해 같은 기간(59.72%)보다 크게 증가했다.

세입자 10명 중 6명 이상이 이미 월세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전세의 월세화’ 현상은 실제 계약 사례에서도 확인된다.

서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전용면적 84㎡는 지난 7일 전세 보증금 8억 원에 월세 150만 원이라는 준전세 조건으로 계약됐다.

같은 단지 전용 110㎡도 14억 원의 전세 계약을 갱신하면서 월세 40만 원을 추가로 내는 것으로 변경됐다.

전세
서민 주거불안 심화 / 출처: 뉴스1

이러한 현상이 심화되는 이유는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7월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강북 14개구 5억 3427만 원, 강남 14개구 7억 5227만 원에 달한다.

여기에 6월 정부가 내놓은 대출 규제 대책이 세입자들의 자금 조달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DSR 규제 확대 우려에 불안감 고조

이처럼 어려운 전세 시장 상황에서 또 다른 규제 가능성이 제기되며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High-income loan delinquency rate (3)
서민 주거불안 심화 / 출처: 연합뉴스

전세자금대출과 정책모기지론에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적용될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국정기획위원회는 현재 규제에서 제외된 이들 대출을 적용 대상에 포함하고, 전세대출 보증비율도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부동산업계 관계자들은 서민·실수요자 보호가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정책대출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무주택자를 위해 설계됐는데, DSR을 도입하면 이들마저 금융지원에서 멀어지게 된다”며 “정부가 집값을 잡겠다고 무주택 서민을 희생양 삼는 꼴”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도 “규제를 전반적으로 시행하기에는 서민 주거비 부담 상승 등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어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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