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밖에 안되는데 “선거 때마다 피같은 세금만 펑펑”…시민들 ‘분통’ 터진 이유

거리 유세, 정책 대신 소음만 남았다
대통령 검증, 토론 두 번으론 턱없이 부족해
세금 천억 퍼붓고 남은 건 확성기 소음뿐
거리 유세 세금 지원
출처 : 연합뉴스

대통령 선거철이 되면 전국 거리마다 요란한 음악과 화려한 율동이 펼쳐진다. 하지만 시민들의 반응은 차갑다.

“후보자는 안 보이고 소음만 들린다”, “휴대폰 매장 앞 나레이터 행사와 뭐가 다르냐”는 불만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가득 채운다.

정책 대신 엔터테인먼트에 가까운 유세 방식이 민주주의를 퇴색시킨다는 지적이 거세다.

비행기 소음 버금가는 유세차… 도심은 이미 ‘소음지옥’

현실은 더 심각하다. 유세차량 확성기가 내는 소음은 150데시벨(dB)까지 허용된다. 이는 비행기 이착륙 소음과 비슷한 수준으로, 장시간 노출되면 청력 손상을 일으킬 수 있는 강도다.

거리 유세 세금 지원
출처 : 연합뉴스

실제로 서울 시내 주요 도로에서 측정한 유세차량 소음은 평균 120~140dB에 달해 일반 교통소음의 2~3배에 이른다.

여기에 도심 곳곳을 뒤덮는 현수막까지 더해진다. 대부분 합성섬유로 만들어진 현수막은 분해되지 않으며, 소각 시 소나무 한 그루가 1년간 흡수하는 탄소량만큼의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이에 법적 규제는 존재하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

공직선거법상 유세차량 확성기 사용 시간은 오전 7시부터 오후 9시까지로 제한되고, 소음 기준을 초과하면 최대 1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 단속은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소음 관련 신고는 500건이 넘었지만 실제 처벌 사례는 10건도 채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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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연합뉴스

2022년 정당 현수막 규제가 완화되면서 도시 미관 훼손과 폐기물 처리 문제는 더욱 악화됐다.

“두 번의 토론으로 충분한가”… 깊이 있는 검증 요구 커져

시민들이 제시하는 대안은 명확하다. TV 토론 확대다.

현재 대통령 후보자 TV 토론은 법적으로 2~3회 정도만 열리며, 회당 시간도 2시간 안팎에 그친다. 5년 동안 나라를 이끌 지도자를 고르는 데 이 정도 시간이 충분하냐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미국은 대통령 선거 기간 중 3~4회의 공식 토론을 열고, 프랑스는 2차 투표 전 반드시 TV 토론을 실시한다. 우리나라도 보다 깊이 있는 정책 검증과 시민 참여형 토론 방식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진다.

거리 유세 세금 지원
출처 : 연합뉴스

특히 젊은 세대는 “거리 유세보다 유튜브 토론이 더 유익하다”며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한 새로운 소통 방식을 요구한다.

천억 원 세금 들여 ‘확성기 경쟁’? 선거공영제의 딜레마

문제의 뿌리에는 돈이 있다. 21대 대선에서 후보들이 사용한 총 비용은 약 560억 원이다.

선거 관리 예산과 정당 보조금까지 포함하면 국민 세금 투입액은 천억 원에 육박한다. 선거공영제 하에서 일정 득표율 이상을 기록하면 국가가 선거 비용의 전부 또는 절반을 보전해주기 때문이다.

문제는 득표율 15% 이상만 확보하면 전액 보전받는다는 점을 악용해 일부 대형 정당이 막대한 비용을 쏟아붓는다는 것이다. 어차피 돈을 돌려받을 걸 아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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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연합뉴스

더 많은 돈과 더 큰 소음이 더 나은 선거를 만든다는 보장은 없다. 정책과 자질이 아닌 ‘얼마나 요란하게 알리느냐’로 경쟁하는 문화는 바뀌어야 한다.

실제로 시민 여론조사에서 “유세차량 소음이 투표 결정에 도움이 된다”고 답한 비율은 10%에 불과했다. 반면 “TV 토론이 후보자 판단에 유용하다”는 응답은 70%를 넘었다.

거리의 소음을 줄이고 토론의 밀도를 높이는 방향으로의 전환이 시급하다. 진정한 민주주의는 큰 소리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깊은 성찰에서 나온다. 지금 필요한 건 더 큰 확성기가 아니라 더 깊은 검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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