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반대편 황금 길목…”한국이 보물창고 열었다” 알고 보니 ‘수백억 금광’

지브롤터 해협, 한국 해운이 뿌리내린다
HMM, 경쟁사와 손잡고 물류 거점 키운다
수익·주권 모두 잡는 알헤시라스 전략
지브롤터 해협 한국 해운
출처 : 연합뉴스·게티이미지뱅크

스페인 남부 끝자락, 지중해와 대서양이 맞닿는 지브롤터 해협. 세계 주요 해운 항로가 교차하는 이 바닷길에 지금, 한국의 이름이 더 크게 새겨지고 있다.

바로 HMM이 운영하는 알헤시라스 터미널 이야기다. 겉보기에야 한 해운사가 해외 터미널을 확장하겠다는 투자 계획처럼 보이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전혀 다르다.

이건 하나의 기업 전략을 넘어, 한국의 수출입 생존권을 지키고 글로벌 물류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치밀한 포석이다.

‘물류의 심장’ 알헤시라스를 한국이 잡는다

알헤시라스는 전 세계 환적 화물이 몰리는 지정학적 요충지다. 유럽, 아프리카, 미주, 아시아를 연결하는 핵심 해상 허브로, 물류의 심장이라 불러도 과언이 아니다.

지브롤터 해협 한국 해운
출처 : 연합뉴스

HMM은 이곳에 2028년까지 터미널 면적을 현재보다 약 1.5배 넓히고, 연간 컨테이너 처리량도 160만 TEU에서 최대 280만 TEU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마치 좁은 심장혈관을 넓히듯, 글로벌 물류가 흐르는 주요 동맥에 한국 국적선사가 직접 손을 대는 셈이다.

이 확장은 화물 처리량 확대를 넘어서, 특정 국가 항만 사정이나 국제 정세에 흔들리지 않고 한국 수출입 기업들이 보다 안정적으로 물류를 운용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진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팬데믹 당시 글로벌 공급망이 막혀 고통을 겪었던 기억이 아직 생생하다면, 이 투자가 얼마나 전략적인 결정인지 알 수 있다.

경쟁자를 파트너로… HMM, 글로벌 물류의 게임 체인저로

지브롤터 해협 한국 해운
출처 : 연합뉴스

경제적 효과도 막대하다. 업계 평균을 기준으로 보면, 2단계 확장이 완료되면 HMM은 연간 약 520억 원의 추가 영업이익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기업 수익 증가를 넘어, 국가에 새로운 외화 수익원을 마련하는 효과로 이어진다. 터미널 사업은 일반 선박 운항에 비해 수익 변동이 적고, 장기적으로 안정성이 높은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평가된다.

더군다나 HMM은 이곳 지분의 절반 이상을 보유하고 있어, 터미널이 벌어들이는 이익 대부분이 한국으로 흘러들어온다.

흥미로운 점은 이 터미널의 2대 주주가 경쟁 관계인 프랑스의 CMA CGM이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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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연합뉴스

글로벌 해운 동맹 틀을 넘어, 거대 해운사와 손잡고 터미널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는 점은 HMM이 더 이상 작은 국적선사가 아니라 세계 물류 판도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플레이어’로 도약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협력 그 이상의 전략적 파트너십으로, 한국 해운 산업의 존재감을 세계 물류 시장에 분명히 각인시키는 장면이다.

조용한 전쟁, 알헤시라스에서 벌어지는 주권 확보전

이번 투자의 파급력은 결국 한 가지 질문으로 귀결된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주도권을, 얼마나 오랫동안, 확보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알헤시라스 터미널 운영권이 2043년에서 2065년으로 22년 연장된 것도 이런 맥락에서 매우 중요한 성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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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계약 기간을 늘린 것에 그치지 않고, 향후 수익성과 자산 가치를 장기적으로 확보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지금 HMM이 알헤시라스에서 벌이고 있는 이 터미널 확장 전쟁은, 조용하지만 치열하다. 물류의 흐름을 쥐는 자가 미래를 지배한다는 말이 있다.

한국이 그 흐름의 한복판에 단단히 자리 잡기 시작했다. 지금이야말로, 그 움직임에 주목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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