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BOE 미국 진출 차단
삼성·LG 반사이익 기대감 고조
디스플레이 주가 일제히 급등

세계 최대 디스플레이 시장인 미국에서 중국 기업이 사실상 추방당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가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업체에게 내린 14년 8개월간의 수입 금지 명령은 단순한 제재를 넘어 글로벌 디스플레이 업계 지형을 뒤흔드는 파격적 결정이었다.
이 소식에 한국 디스플레이 기업들의 주가는 하루 만에 20% 넘게 치솟으며 투자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미국, BOE에 사실상 ‘영구 퇴출’ 명령

미국 국제무역위원회는 지난달 11일 중국 BOE와 자회사 7곳 등 총 8개 회사가 삼성디스플레이의 영업비밀을 부정하게 활용했다는 예비 판결을 내렸다고 13일 업계가 밝혔다. 이에 따라 BOE의 OLED 패널은 향후 14년 8개월 동안 미국으로의 수입이 차단된다.
이번 분쟁은 삼성디스플레이가 2023년 10월 BOE를 상대로 제기한 OLED 기술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비롯됐다. 삼성디스플레이는 BOE가 자사의 핵심 OLED 기술을 무단으로 빼내 사용했다고 주장했고, 미국 당국은 이를 사실상 받아들인 것이다.
특히 미국 당국은 BOE 본사는 물론 미국 현지 법인의 마케팅, 판매, 광고, 재고 처분 등 모든 영업 활동을 금지했다. 사실상 미국 시장에서 BOE의 모든 사업 활동을 봉쇄한 셈이다.
최종 판결은 오는 11월에 나올 예정이지만, 업계에서는 예비 판결에서 BOE의 기술 탈취 대부분을 인정한 만큼 이 결정이 뒤집힐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내다보고 있다.
애플도 BOE 사용 부담

주목할 점은 BOE가 올해 2분기 애플 아이폰용 소형 OLED 패널 시장에서 22.7%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LG디스플레이(21.3%)를 앞질렀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판결로 인해 애플 역시 BOE 부품 사용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게 됐다.
미국의 수입 금지 조치가 디스플레이 패널에만 국한되어 스마트폰에 탑재된 디스플레이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계는 판결이 확정되면 제재와는 별개로 애플이 BOE 부품을 계속 사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 재도약의 발판 마련
이러한 기대감은 주식 시장에 즉각 반영됐다. 13일 유가증권시장에서 LG디스플레이는 22.49% 급등한 13,290원에 거래를 마감했으며, 삼성디스플레이 등에 OLED 소재를 공급하는 덕산네오룩스도 24.6% 상승한 46,600원에 장을 마쳤다.

그동안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와 공격적인 추격으로 어려움을 겪어온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에 이번 제재는 숨통을 틔워주는 계기가 됐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OLED 분야에서의 기술적 우위를 바탕으로 미국 시장 점유율 확대와 수익성 개선의 기회를 잡게 된 것이다.
앞으로는 마이크로 LED, 퀀텀닷, 폴더블 등 차세대 기술 개발과 미국과의 협력 강화를 통해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소재, 부품, 장비의 육성과 핵심 특허 확보에 집중해 기술 격차를 더욱 벌려 나간다면,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서 한국이 주도권을 쥘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