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마지막 기회일지도” 우르르 몰려들더니… 예상 밖 상황에 ‘아뿔싸’

자금줄 막힌 서민들 돌파구 찾아 나서
대출 문턱 높아지자 신용대출로 쏠림
고금리 대출 증가로 부실위험 커져
대출
가계대출 증가 / 출처: 뉴스1

금융당국의 강력한 대출 규제에 막힌 자금 수요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대출 규제에 막힌 자금 수요가 규제가 덜한 예금담보대출로 몰리면서, 금융당국의 대출 조이기 정책이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낳고 있는 것이다.

예금까지 담보로 내놓는 서민들의 절박한 자금 수요

지난 11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예금담보대출 잔액이 6조 1,402억 원으로 지난달 말보다 열흘 만에 900억 원 가까이 급증했다. 이는 이미 7월 전체 증가폭(480억 원)의 약 2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은행 자금 유입
가계대출 증가 / 출처: 연합뉴스

6·27 대출 규제로 주택담보대출이 6억 원 이내, 신용대출이 연 소득 범위로 제한되면서 부족한 자금을 충당하기 위한 대안으로 예금담보대출이 급부상한 것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 규제 강화 이후 추가 대출이 어려운 고객들이 예담대를 이용하고 있다”며 “금리 인하기에 고금리 예금을 유지하면서 잠깐 대출을 받으려는 수요와 대출 규제 효과가 맞물리면서 예담대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신용대출 급증에 은행들 대출 셧다운 나서

금융당국의 규제 강화 움직임이 감지되면서 이미 시장에서는 대출 창구가 막히기 전에 자금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졌다.

대출
가계대출 증가 / 출처: 연합뉴스

지난 7일 기준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760조 8,845억 원으로 7월 말보다 1조 9,111억 원 증가했는데, 이 중 신용대출이 1조 693억 원 늘어 전체 증가분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이 막히면서 상대적으로 규제가 느슨한 신용대출로 수요가 몰리는 ‘규제 전 막차 타기’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난 것이다.

이처럼 가계대출이 급증하자 정부는 하반기 가계대출 총량을 기존 목표의 절반으로 줄이라는 지침을 내렸고, 은행들은 더욱 적극적인 대출 조이기에 나섰다.

신한은행은 14일부터 대출모집인을 통한 대출 실행분 접수를 중단하고, IBK기업은행은 타행 갈아타기 전세대출을 중단하기로 했다.

보험대출 역대 최대
가계대출 증가 / 출처: 연합뉴스

하나은행과 NH농협은행도 9월 실행분부터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 신청 접수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규제 전 막차’ 심리에 가계부채 건전성 악화 우려

이러한 추가 규제 조치는 가계대출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려는 목적이지만, 대출 수요를 더욱 앞당기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규제 전에 빌려두자’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오히려 대출 수요를 앞당기고, 그 흐름이 고금리·단기 상환 부담이 큰 신용대출로 향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수도권 매수 가계부채 증가
가계대출 증가 / 출처: 연합뉴스

금융권 관계자는 “일부 투자 수요와 공모주 청약 증거금 마련 수요까지 겹치며, 상대적으로 규제가 느슨한 신용대출로 수요가 쏠렸다”며 “이는 고금리·단기 상환 부담이 큰 부채 비중을 키워, 향후 부실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총량만 줄이는 방식은 고위험·고금리 대출을 부추겨 장기적으로 가계부채 건전성을 해칠 수 있다”며 “규제의 목적이 부채 안정이라면, 총량 억제보다 차주의 상환 능력과 부채 구조를 개선하는 정교한 접근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출 규제의 취지는 가계부채 안정화였으나, 오히려 더 위험한 형태의 부채로 서민들을 내몰고 있다는 지적이 금융권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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