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지갑 속 포인트가 사라진다
매년 700억원 규모 소멸
서민 혜택마저 증발하는 현실

카드 결제 때마다 쌓이는 포인트, 이 소중한 혜택이 허공으로 사라지고 있다. 사용되지 못한 채 소멸되는 포인트가 소비자들의 자산 손실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양수 의원이 12일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만 주요 8개 카드사에서 365억 원의 포인트가 소멸했다.
2021년부터 2024년까지 4년간 소멸된 포인트 규모는 총 3,160억 원에 달하며, 매년 700억 원이 넘는 포인트가 증발하고 있는 셈이다.
현대카드가 1위, 하나카드 소멸률 최고

카드사별 상반기 포인트 소멸액을 보면 현대카드가 102억 원으로 가장 많았다. 뒤이어 하나카드 70억 원, 국민카드 58억 원, 삼성카드 47억 원 순이었다. 우리카드는 40억 원, 신한카드 29억 원, 롯데카드 18억 원이었으며, BC카드는 50만 원에 그쳤다.
소멸 비율로는 하나카드가 6.2%로 가장 높았고, 전체 카드사의 소멸 비율은 1~6% 수준이었다. 다만 현대카드와 롯데카드, BC카드는 제휴 포인트 내역을 제공하지 않아 실제 소멸 규모는 이보다 클 것으로 추정된다.
2021년부터 2024년까지 4년간 포인트 소멸액은 총 3,160억 원에 달했다. 2021년 808억 원에서 시작해 2022년 832억 원, 2023년 803억 원으로 매년 800억 원대 수준을 유지하다가, 지난해에는 717억 원으로 다소 줄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카드 포인트 적립액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21년 3조 904억 원이었던 적립액은 2024년 5조 9,437억 원으로 3년 만에 92% 늘었다. 올해 상반기 적립액만 3조 753억 원으로, 연말에는 6조 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대책에도 여전한 한계

금융위원회와 여신금융협회는 2021년 1월부터 ‘카드 포인트 통합조회 및 계좌 입금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포인트를 현금화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멸액이 줄어들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유효기간 만료다. 대부분의 카드 포인트는 3~5년의 유효기간이 설정돼 있어 기한이 지나면 자동으로 사라진다. 소비자가 포인트 존재를 잊어버리거나 소멸 예정일을 놓치는 경우도 흔하다.

디지털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도 미흡하다. 고령층이나 디지털 소외계층은 복잡한 온라인 절차를 따라 하기 어려워, 포인트를 그대로 방치하는 사례가 많다.
이양수 의원은 “카드사 포인트 적립 규모가 매년 늘어나고 있음에도 여전히 많은 포인트가 소멸해 소비자의 권익이 침해받고 있다”며 “소비자가 적립 혜택을 실질적으로 누릴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매년 700억 원이 넘는 포인트가 사라지는 현실 앞에서, 소비자들의 꼼꼼한 관리와 함께 카드사와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