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꿈도 못 꾼다”, “떼돈 벌 일만 남았다”…전 세계 몰리는 한국 기술력

미국 제재가 부른 기회
친환경 선박 기술력 인정받아
18년 만에 최고 실적 경신

바다 위를 가르는 거대한 컨테이너선들이 한국 조선업계에 예상치 못한 황금알을 안겨주고 있다.

중국이 압도적 시장 점유율을 자랑하던 컨테이너선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이 연이어 대형 수주를 따내며 18년 만에 최고 실적을 갈아치우고 있는 것이다.

HD현대가 지난 24일 발표한 소식은 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HMM으로부터 1만3천400TEU급 컨테이너선 8척을 무려 2조1천300억원에 수주했다는 것이다.

이로써 HD현대는 올해 컨테이너선 72만TEU를 수주하며 글로벌 경제 호황기였던 2007년 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친환경 기술이 만든 게임 체인저

국내 조선업계가 컨테이너선 분야에서 돌풍을 일으키는 핵심은 차별화된 친환경 기술력에 있다. 이번에 HD현대가 수주한 선박 8척은 모두 액화천연가스 이중연료 추진 엔진과 대형 연료탱크를 갖춘 최첨단 친환경 선박이다.

길이 337미터, 너비 51미터, 높이 27.9미터 규모로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삼호에서 건조되어 2029년 상반기까지 순차 인도될 예정이다.

HD현대의 자율운항 자회사 아비커스가 개발한 ‘하이나스 컨트롤’ 시스템을 적용한 결과 탄소 배출량이 15% 줄어들고 연료 효율은 15% 향상되는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도 수주 행렬에 합류했다. 한화오션은 지난 9월 대만 양밍해운으로부터 컨테이너선 7척을 1조9천336억원에, 삼성중공업도 이달 20일 컨테이너선 7척을 1조9천220억원에 수주하며 상선 부문 수주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미국 제재가 바꾼 시장 판도

한국 조선업계의 급성장에는 미국의 대중국 제재라는 외부 요인도 크게 작용했다. 중국이 전체 글로벌 컨테이너선 수주잔량의 70% 이상을 차지할 만큼 압도적 지배력을 보여왔지만, 올해부터 상황이 급변하기 시작했다.

미국 무역대표부의 대중국 해사 산업 제재로 글로벌 선사들이 발주처를 한국으로 전환하는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의 신조선 수주 점유율이 작년 14.3%에서 올해 3분기 누적 22.5%까지 급상승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3분기 누적 기준 국내 조선업 전체 수주량은 작년 동기보다 16.7% 감소했지만, 컨테이너선 수주량만큼은 226.0% 급증한 378만CGT를 기록했다. 이는 국내 조선업계가 컨테이너선 특화 전략으로 큰 성과를 거두고 있음을 보여준다.

HD현대 관계자는 차별화된 기술력과 고객 신뢰를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며, 친환경 고효율 선박 중심의 기술 경쟁력으로 조선 해운 산업의 탈탄소화를 선도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의 가격 경쟁력에 맞서 한국이 기술과 품질로 승부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