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년 대한민국 자존심인데”…”중국에 다 뺏길 위기” 15년 만에 ‘발칵’

국산 김치 흔들…중국산 확산에 외식업계도 이동
수출은 최고지만 배추값 불안에 국내 기반 약화
15년 만의 무역 적신호…산업의 방향 전환이 관건

2천 년 역사를 지닌 국산 김치의 자리가 또 한 번 흔들리고 있다. 배추 무역수지가 15년 만에 다시 적자로 기울 조짐을 보이면서다.

겉으로는 김치 수출이 사상 최고치를 눈앞에 두고 있지만, 국내 시장 안에서는 중국산 김치가 조용히 영역을 넓히며 균형을 바꾸고 있다.

특히 외식업계에서 “가격은 절반, 맛의 차이는 거의 없다”는 인식이 퍼지며 국산 김치가 설 자리가 더 좁아졌다.

해외에서는 ‘브랜드’, 국내에서는 흔들리는 생산 현장

최근 몇 년간 김치 수출은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 왔다. 코로나19 이후 건강식품 선호가 높아지고 K푸드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해외에서 한국 김치를 찾는 분위기가 강해진 덕분이다.

일본과 미국 등 주요 시장에서도 안정적인 수요가 이어졌고, 일부 국가에서는 한국 김치가 하나의 브랜드처럼 받아들여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런 흐름과 달리 국내 생산업체들의 사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이상기후로 배추 가격이 크게 출렁이면서 제조비 부담이 빠르게 늘었고, 국산 김치 가격은 자연스럽게 상승 압박을 받았다.

배추값이 오를 때마다 가장 먼저 변화가 나타나는 곳은 외식업계다. 많은 업주가 비용 부담을 피하기 위해 중국산을 선택하는데, 일단 전환이 이뤄지면 다시 국산으로 돌아오는 일은 거의 없다.

고객이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원가 차이가 상당하다 보니 업주 입장에서는 쉽게 결정을 바꾸기 어렵다. 이런 선택들이 누적되면서 국내 김치 산업의 기반이 조금씩 약해지고 있다.

성장의 날개 단 수출…그러나 국내 시장은 여전히 불안하다

정부는 김치 산업을 미래 수출형 전략산업으로 만들겠다며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해외에서의 인지도는 높아지고 있어 성장 가능성 자체는 충분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국내 시장의 구조적 약점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수출 증가만으로는 산업 전반의 흔들림을 막기 어렵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배추 수급의 불안정, 국산과 중국산 간 가격 격차, 외식업계의 소비 패턴 변화 등이 동시에 해결돼야 한다는 것이다.

김치 산업은 지금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 세계에서는 한국 김치에 대한 호감이 커지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가격과 수급 문제로 중국산 의존이 깊어지고 있다.

배추 무역수지가 15년 만에 다시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커진 것도 이런 변화들이 누적된 결과다. 앞으로 어떤 흐름이 이어질지, 조금 더 면밀하게 살필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