쳐다도 안 봤는데…”이젠 불티나게 팔린다?”, 돌변한 한국인들

5년 만에 되살아난 일본 맥주
불매에서 1위까지 극적 반전
MZ세대가 이끈 소비 트렌드

한때 마트 진열대에서 사라졌던 일본 맥주가 이제는 수입 맥주 시장을 평정하고 있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절대 사지 않겠다”던 소비자들이 이제는 앞다퉈 일본 맥주를 찾고 있는 상황이다.

강제징용 배상 판결로 시작된 불매운동의 여파가 완전히 사라진 듯 보이는 가운데, 일본 맥주는 3년 연속 수입 맥주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며 국내 주류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떠올랐다.

85% 급감에서 3년 연속 1위까지

관세청이 23일 발표한 수입통계를 보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일본 맥주 수입액이 6720만 달러에 달했다. 작년 연간 수입액 6745만 달러에 거의 맞먹는 수준으로, 올해 전체 수입액이 작년을 넘어서는 것은 확실시된다.

2019년 불매운동이 본격화되면서 일본 맥주 수입액은 급격히 감소했다. 2019년 3976만 달러에서 2020년 567만 달러로 무려 85% 이상 급감하며 시장에서 거의 자취를 감췄다.

하지만 2021년을 기점으로 상황이 완전히 뒤바뀌었다. 4년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며 2022년부터는 수입 맥주 1위 자리를 되찾았다. 아사히, 삿포로, 기린 등 주요 브랜드들은 각각의 수입사를 통해 RTD 상품, 한정판, 대용량 패키지 등 다양한 신상품을 내놓으며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엔저 효과와 여행 붐이 만든 기회

일본 맥주의 급속한 회복세 뒤에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무엇보다 엔저 현상으로 일본산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크게 높아졌다. 수입단가가 낮아지자 국내 유통업체들도 물량 확보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엔저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일본 맥주 수입단가 부담이 크게 줄었다”며 “유통사들도 안정적인 물량 공급 계약을 맺고 있어 수요가 더욱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코로나19 이후 폭발적으로 늘어난 일본 여행 수요도 큰 역할을 했다. 2024년 일본을 찾은 한국인 관광객 수는 880만 명을 넘어섰다.

여행 경험이 쌓이면서 일본 문화와 상품에 대한 거리감도 줄어들었다. 현지에서 직접 경험한 맛, 패션, 생활용품 등을 한국에서도 그대로 소비하려는 수요가 크게 늘어난 것이다.

MZ세대가 바꾼 소비 패턴

한국 소비자들이 다시 일본 제품을 선택하는 이유는 단순히 반일 감정의 약화로만 설명되지는 않는다. 실용성과 가성비, 여행 경험, 세대별 인식 변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MZ세대의 소비 패턴 변화가 주목된다. 이들은 역사나 정치적 이슈에 공감하면서도, 실제 소비에서는 국적보다 개인의 취향, 브랜드 스토리, 디자인, 가격 등을 더 중시하는 경향을 보인다.

MZ세대에게 일본은 애니메이션, 게임, 패션, 여행 등을 통해 이미 문화적으로 익숙한 나라다. 때문에 국가 단위의 적대감보다는 콘텐츠나 상품 단위의 선호가 소비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이제 많은 소비자들에게 일본 브랜드는 정치적 문제와는 별개인, 일상적인 소비재로 인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