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조 원 초대형 프로젝트라는데 “여기도 한국 기업이?”…韓·美의 새로운 콜라보, 과연

64조 원, 알래스카의 꿈
잠자던 거대 사업
한미 동맹, 시험대에 오르다

알래스카의 동토에 묻혀있던 64조 원짜리 신기루가 현실이 될 조짐이다. 높은 비용과 환경 문제로 수십 년간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했던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가 트럼프 행정부의 강력한 지원 아래 되살아나고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초대형 프로젝트의 중심에 한국 기업들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과연 한미의 새로운 콜라보는 장밋빛 미래를 열 수 있을까.

美 ‘에너지 패권’과 韓 ‘통상 압박’의 절묘한 만남

이번 프로젝트의 부활은 미국과 한국, 양국의 이해관계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결과다.

트럼프 행정부는 셰일 혁명으로 얻은 에너지 자원을 발판 삼아 아시아 시장에 대한 에너지 패권을 쥐고, 동시에 고질적인 무역수지 적자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알래스카는 아시아와 지리적으로 가깝다는 점에서 이 전략의 핵심 카드다.

한편 한국은 미국의 거센 통상 압박에서 벗어날 돌파구가 필요했다. 이런 상황에서 수십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LNG를 대량으로 수입하는 것은 무역수지 불균형을 단번에 해소할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결국 ‘에너지를 팔려는 미국’과 ‘통상 압박에서 벗어나려는 한국’의 필요가 만나면서 수십 년 묵은 프로젝트가 급물살을 타게 된 것이다.

포스코가 쏘아 올린 신호탄…철강·건설업계 ‘들썩’

가장 먼저 신호탄을 쏘아 올린 것은 포스코인터내셔널이다. 지난 11일 사업 파트너인 글렌파른과 LNG 사전구매에 대한 예비 계약을 체결하며 한국 기업 중 가장 먼저 참여를 공식화했다.

약 1,300km에 달하는 가스 파이프라인에 포스코의 철강재를 공급하는 내용까지 포함돼 그룹 차원의 시너지를 노리고 있다.

포스코의 움직임에 다른 기업들도 들썩이고 있다. LNG 터미널 건설 경험이 풍부한 포스코이앤씨는 물론, 파이프라인에 필요한 강관을 생산하는 세아제강, 휴스틸 등 철강업계와 플랜트 건설사들도 사업 참여를 저울질하고 있다.

이미 지난 3월 세아제강의 이휘령 부회장이 “프로젝트가 현실화하면 참여하겠다”고 밝히는 등 업계의 관심은 뜨겁다.

장밋빛 미래인가, 신기루인가…’수익성’이라는 마지막 관문

하지만 이 거대한 콜라보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수익성’이라는 마지막 관문을 넘어야 한다.

과거 프로젝트가 좌초됐던 가장 큰 이유는 알래스카의 혹독한 자연환경으로 인한 막대한 건설 비용 문제였다. 이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장밋빛 청사진은 신기루에 그칠 수 있다.

기업들의 태도 역시 신중하다. 15일 포스코인터내셔널 관계자는 “아직은 검토 초기 단계”라며, “사업의 타당성과 수익성이 담보된다는 확신이 있어야만 최종 참여를 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결국 프로젝트의 성패는 정부의 역할에 달리게 될 전망이다. 한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대미 투자 패키지의 일환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하는 구조를 만들어준다면 기업들도 리스크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