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줄 놓고 있다가 “월급이 증발했어요”…껑충 뛴 액수에 국민들 ‘한숨’

축의금 10만원 시대 도래
식대 오르고 보증인원도 상승
예식장 ‘갑질 계약’에 피해 속출
결혼
예비신혼 부부와 하객들의 부담 증가 / 출처 : 연합뉴스

“청담동 예식장 식대가 8만5천원이라던데…축의금 10만원이면 모자라는 거 아닌가요?”

결혼식장을 잡은 예비부부나, 청첩장을 받은 직장인 모두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고물가 시대에 결혼식 ‘밥값’이 하객 1인당 9만원에 달하면서, 통상적으로 생각하던 축의금 액수는 이미 현실과 괴리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웨딩홀 계약 조건과 가격 인상까지 겹치며, 예비 신혼부부와 하객 모두에게 결혼은 축복이 아닌 ‘압박’이 되고 있다.

축의금 10만원, 이제는 ‘예의’가 아닌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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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신혼 부부와 하객들의 부담 증가 / 출처 : 연합뉴스

인크루트가 5월 20일부터 22일까지 직장인 844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직장 동료의 결혼식 축의금으로 가장 적절한 금액은 ‘10만원’이라는 응답이 61.8%로 가장 많았다. 이어 5만원(32.8%), 5만원 미만(3.2%), 15만원(1.4%) 순이었다.

관계의 친밀도에 관계없이 사적으로 친한 동료(59.7%)와 협업 관계 동료(60.1%) 모두 10만원을 가장 많이 선택했다.

이는 지난해 조사에서 같은 관계의 동료에게 ‘5만원’이 적정하다고 답한 비율이 절반을 넘었던 것과 비교하면, 눈에 띄는 변화다. 물가 상승이 하객의 지갑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셈이다.

실제로 최근 서울 내 웨딩홀 식대는 7만~8만원 수준이며, 청담동 등 강남권 고급 예식장은 9만원을 넘기기도 한다. 웨딩업계는 코로나19 이후 멈췄던 예식 수요가 폭발하며 식대, 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일명 스드메), 웨딩홀 대여료까지 일제히 가격을 올렸다고 전한다.

“결혼식 세 번 가면 월급 증발”…하객도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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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신혼 부부와 하객들의 부담 증가 / 출처 : 연합뉴스

이 같은 가격 상승은 예비부부들에게 직접적인 고통으로 다가오고 있다. 6월 결혼을 앞둔 예비 신부 김모(32) 씨는 “식장에서 보증 인원을 300명이나 요구했다”며 “식대가 너무 올라서 결혼식 자체가 버겁다”고 토로했다.

한편, 업계에선 식장마다 요일, 계절, 시간대에 따라 식대가 천차만별이지만, 이를 사전에 명확하게 안내하지 않는 경우도 많아 피해를 키우고 있다.

이에 결혼식에 참석하는 직장인들 역시 축의금 부담을 실감하고 있다. 직장인 강모(30) 씨는 “다음 달 결혼식이 세 건이나 잡혀 있는데, 축의금만 최소 30만원”이라며 “차라리 안 가고 5만원만 보내는 게 서로 나은 것 같다”고 말했다.

장모(32) 씨는 “예식장 식대가 올랐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서, 결혼식에 가면 최소한 10만원은 내야 한다는 분위기”라며 “가까운 사이가 아니어도 눈치를 안 볼 수 없다”고 했다.

계약은 깜깜이, 기준은 ‘식장 마음대로’… 서울시 제도 점검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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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신혼 부부와 하객들의 부담 증가 / 출처 : 연합뉴스

또한, 결혼 준비 전반에 걸쳐 불투명한 계약 절차와 비대칭적인 정보 제공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이른바 ‘스드메’ 패키지나 웨딩컨설팅 서비스는 개별 가격이 공개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소비자 피해로 이어진다.

이에 따라 서울시의회 김동욱 의원은 ‘서울시 결혼준비대행업 관리 및 소비자 보호에 관한 조례안’을 대표 발의했다. 해당 조례안은 결혼준비대행업의 법적 정의와 표준 계약서 도입, 환불 기준, 민원 처리 절차 등을 명문화한 것이 핵심이다.

김 의원은 “결혼 서비스를 패키지로 제공하는 과정에서 환불 분쟁이나 계약 불이행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며 “서울시가 결혼 시장에 대한 제도적 기준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조례안은 6월 서울시의회 정례회에서 본격 논의될 예정이다.

결혼은 평생의 약속이지만, 요즘엔 축의금도, 식대도, 계약도 어느 하나 쉬운 게 없다. 식장 계약서에 적힌 숫자 하나, 청첩장을 받은 하객의 고민 하나가 이 시대의 결혼 문화를 대변하고 있다. ‘축복의 자리’였던 결혼식이 어느새 ‘부담의 무게’로 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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