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미국서 상반기 최대 판매 돌파
관세 폭탄에도 하이브리드 전략으로 반전
SUV·가성비 이미지에 美 소비자 마음 잡았다

올해 상반기, 현대차와 기아가 미국 시장에서 역대 최대 판매 실적을 달성했다.
제네시스를 포함해 총 89만 대 이상이 판매됐고, 이는 전년 동기 대비 9.2% 증가한 수치다. 현대차는 10.5% 오른 47만 6천 대, 기아는 7.8% 늘어난 41만 6천 대를 기록했다.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도 17% 넘게 성장하며 사상 최고 상반기 판매량을 경신했다.
관세 폭탄에도 역주행…현대차·기아의 ‘선제 대응’이 통했다
이러한 성과는 결코 우연이 아니다. 올해 초 미국이 자동차 수입 관세를 강화하면서 한국산 차량에도 25%의 고율 관세가 부과되기 시작했다.

이는 차량 가격 인상으로 직결되는 악재였고, 일반적인 경우라면 소비 위축이 나타나는 것이 당연한 흐름이다.
하지만 현대차와 기아는 관세가 본격 적용되기 전에 이미 대규모 선적을 통해 미국 현지에 재고를 확보해뒀다.
그 결과, 관세 부담 없이 일정 기간 기존 가격을 유지할 수 있었고, 소비자들은 가격이 오르기 전 서둘러 구매에 나섰다.
이른바 ‘패닉 바잉’이라 불리는 소비 심리 변화가 나타났고, 현대차·기아는 여기에 맞춰 시기적절한 프로모션을 펼치며 수요를 빠르게 흡수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하이브리드차 판매의 급증이다. 전기차가 여전히 높은 가격과 충전 인프라 부족 문제로 주춤하는 가운데, 하이브리드는 현실적인 대안으로 부상했다.
실제로 전기차 판매는 감소했지만, 하이브리드는 45% 이상 성장하며 친환경차 전체 실적을 끌어올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싼 차’에서 ‘현명한 선택’으로…美 소비자가 본 현대기아의 변신
또, 이번 실적을 가능하게 한 차량 자체의 경쟁력도 빼놓을 수 없다.
예전엔 ‘값싼 차’ 이미지가 강했지만, 이제는 디자인, 기능, 안전, 보증까지 고루 갖춘 ‘가성비를 넘어선 가치 있는 선택’으로 인식된다. 특히 SUV 중심의 라인업이 미국 시장 수요와 정확히 맞물리며 판매를 끌어올렸다.

흥미로운 건 동일한 브랜드를 두고 한국과 미국 소비자들의 시선이 크게 엇갈린다는 점이다.
미국에서는 현대차와 기아가 빠르게 성장한 혁신 기업으로 평가받지만, 한국에서는 여전히 내수 차별, 독과점 구조, 노조 리스크 등의 이유로 비판적인 시각이 존재한다.
같은 브랜드지만 시장에 따라 전혀 다른 이미지가 형성된 셈이다.
이번 성과는 외부 환경을 정교하게 읽고 전략적으로 대응한 결과다. 재고 선적, 소비자 심리 분석, 하이브리드 중심의 친환경 전략, SUV 라인업 강화까지, 모든 퍼즐이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그러나 하반기에는 또 다른 국면이 펼쳐진다. 관세가 본격적으로 가격에 반영되고, 선적해둔 재고가 소진되기 시작하면 지금과 같은 상승세를 유지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현대차와 기아에게 필요한 건, 단기적인 대응을 넘어 지속 가능한 전략이다. 지금까지의 반전이 일회성 성공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다음 수 역시 정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