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득층도 연체율 급증…9년 만에 최고치 기록
대출금 737조원, 저소득층의 5배 달해
경기침체에 고금리 겹쳐 전문직도 위기
“누가 봐도 안정적인 직종이라 생각했는데…”
한때 안정적인 수입으로 부러움을 샀던 고소득 자영업자들이 흔들리고 있다.
의사와 변호사 같은 전문직 종사자들조차 대출 연체에 시달리는 상황이다. 특히 이들의 연체율이 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한국 경제의 민낯이 드러났다.
고소득자도 피해갈 수 없는 경제 한파
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이 한국은행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상위 30% 고소득 자영업자의 지난해 3분기 말 대출 연체율은 1.35%를 기록했다. 이는 2015년 1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고소득 자영업자의 연체율은 지난해 내내 상승세를 보였다. 2023년 4분기 0.98%였던 연체율은 올해 1분기 1.16%로 올라섰고, 2분기 1.09%, 3분기 1.35%로 꾸준히 1%를 웃돌았다.
대출 잔액만 수백조원… 금융권 ‘긴장’
더욱 우려되는 점은 고소득 자영업자들의 대출 규모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이들의 대출 잔액은 737조원으로, 저소득층(133조1천억원)이나 중소득층(194조3천억원)을 크게 웃돌았다.
전문가들은 고소득 자영업자들의 대출 부실이 확대될 경우 금융권 전반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전체 자영업자 차주 중 46.9%를 차지하는 이들의 부실이 금융기관 건전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 때보다 더 심각한 상황
현재 상황의 심각성은 코로나19 시기와 비교하면 더욱 두드러진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서비스업 경기가 얼어붙었던 2020~2021년에도 고소득 자영업자의 연체율은 0.5% 안팎에 그쳤다.
한국은행은 금융긴축 지속과 서비스업 경기 부진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모든 소득 구간에서 저신용자 수가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고소득 자영업자도 예외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박성훈 의원은 “수출 실적은 호조를 보였지만 얼어붙은 내수와 정치적 불안이 겹치며 서민 경제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며 “정부는 고금리로 힘든 자영업자 지원과 내수 활성화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