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년 이어온 제주 해녀의 강인한 삶
극한 잠수에 특화된 유전자 변이 첫 확인
전통·유전·생리학 아우른 해녀, 세계가 주목

해가 뜨기 전, 바닷가엔 해녀들이 모여든다.
오늘 물때는 어떤지, 파도는 잔잔한지 서로 낮은 목소리로 말을 나눈다.
두꺼운 잠수복과 물안경을 단단히 여미고 차가운 바다로 뛰어들면, 거친 물살 사이로 전복과 해산물을 찾아 나서는 여정이 시작된다.
세찬 바닷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이들의 손길에는 대대로 이어온 자부심과 깊은 바다의 지혜가 깃들어 있다.
단련된 체력과 오랜 경험에서 비롯된 해녀들의 능력에 대해, 최근 놀라운 연구 결과가 밝혀졌다.
미국 유타대학교 연구진은 극한의 바다 환경을 견디는 해녀들이 인체 내부에서도 특별한 생물학적 적응을 이뤄냈다고 발표했다.
“차가운 바다에 최적화”…유전자가 증명한 해녀의 진화
연구팀은 제주 해녀, 일반 제주 여성, 그리고 한반도 본토 여성들의 유전자를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제주 여성들에게서만 확인된 두 가지 특이 유전자 변이가 발견됐다.

하나는 찬물에서도 체온을 더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능, 또 다른 하나는 잠수 중 혈압을 효과적으로 조절하는 기능과 관련된 변이였다.
특히 두 번째 유전자 변이는 제주 여성의 3명 중 1명꼴로 보유하고 있는 반면, 본토 여성에게서는 10명 중 1명 정도만이 가지고 있었다. 이는 해녀들의 오랜 물질 활동이 지역 주민 전체의 생물학적 특성에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와 함께 진행된 모의 잠수 실험도 흥미롭다. 참가자들은 찬물에 얼굴을 담그고 숨을 참은 상태에서 심박수 변화를 측정했다. 모든 참가자에게서 심박수 감소가 나타났지만, 해녀들은 평균 18.8회나 줄어드는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는 일반 참가자보다 약 50% 가까이 큰 차이다. 심박수 감소는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산소를 보존하는 데 유리한 생리 반응으로, 해녀들의 꾸준한 훈련이 만들어낸 결과로 보인다.

일부 해녀는 단 몇 초 만에 분당 심박수가 40회까지 떨어지는 반응을 보이며 전문가들까지 놀라게 했다.
1,500년 바다를 지킨 숨결…전통을 넘어 세계로
제주 해녀의 역사는 지금으로부터 1,5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삼국사기』에는 6세기 초 바닷속에서 조업하던 여성들의 기록이 등장하고, 이후 제주 지역의 생활 속에서 해녀는 점차 고유한 직업군으로 자리를 잡았다.
17세기 문헌들에는 ‘잠녀’라는 명칭이 등장하고, 18세기에는 그림으로 그들의 활동 모습이 전해지며 구체적인 문화의 형태를 드러낸다.
20세기 초에는 제주를 넘어 일본과 중국, 러시아 연해까지 진출하며 국제적인 활동을 펼쳤고, 강인한 정신력과 생존력으로 해양 여성 공동체의 상징이 되었다.

오늘날 제주에는 약 2만 명의 해녀가 활동 중이다. 채취하는 수심과 숙련도에 따라 상군, 중군, 하군으로 나뉘며, 서로를 돌보는 협동과 연대의 문화를 지금도 이어가고 있다.
2016년에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고, 2017년에는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되며 세계적으로도 가치를 인정받았다.
해녀의 삶은 유전학, 생리학, 문화유산 등 여러 분야에서 다시 주목받으며, 자랑스러운 한국 문화의 상징으로서 미래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가고 있다.



















난 또 한국사람 유전자에 대한건가 했더니… 해녀특구의 유전자 홍보? 인어공주네 왕자집안이 한국인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