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하고 쉴 나이인데”…요즘 부쩍 늘어난 5060 新풍속도, 대체 왜?

60대 이상 이혼 상담 남성 5배 급증
장기 별거와 가정 소외감 주요 원인
은퇴 후 ‘쓸모없다는 취급’ 받아

“평생 가족들 위해 헌신했는데 이제는 경제력이 없다고 무시당합니다.”

청춘을 바쳐 가정을 이룬 노년 남성들이 인생의 황혼기에 이혼의 아픔을 마주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 11일 한국가정법률상담소가 발표한 2024년 상담 통계에 따르면, 60대 이상 남성의 이혼 상담 비율이 2004년 8.4%에서 43.6%로 무려 5배 이상 급증했다.

같은 기간 60대 이상 여성의 이혼 상담 비율은 6.2%에서 22.0%로 3배 증가했으며, 남성 이혼 상담자 중 최고령자는 90세, 여성은 89세였다.

일은 끝났지만 ‘벌어오라는 요구’는 계속

남성 노년층이 밝힌 이혼 사유를 살펴보면 60대는 장기별거, 성격 차이, 배우자의 알코올중독, 아내의 가출, 아내의 부당대우 순으로 나타났으며, 70~80대는 장기별거와 성격 차이가 주된 이유였다.

상담소는 “자신이 평생 일해 가족을 뒷바라지해왔는데, 은퇴 후에도 계속해서 생활비를 벌어오라고 강요해 힘들다는 호소가 많았다”고 전했으며, 많은 노년 남성들이 “퇴직 후 집에서 쓸모없는 사람 취급을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집 안에서 소외감을 느끼며 외로움에 시달리지만, 재산 분할 시 생활이 더 어려워질 것을 우려해 이혼 결정을 내리기도 쉽지 않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고민이다.

서울에 사는 박모씨(72)는 “40년간 가족을 위해 일했다고 생각했는데, 은퇴하자 아내가 ‘이제 뭐하고 먹고 살 거냐’며 매일 걱정하다 결국 나를 원망하기 시작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자녀들도 엄마 편만 들며 나를 가족의 짐 취급한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여성 노년층은 ‘오랜 폭력과 부당대우’ 견디다 이혼

반면 여성 노년층이 제시한 이혼 사유는 연령별로 차이를 보였다. 60~70대 여성은 남편의 폭력 등 부당대우, 장기별거, 성격 차이, 경제 갈등, 남편의 가출 순이었고 80대 이상은 장기별거, 경제 갈등, 성격 차이, 남편의 폭력, 남편의 외도 순으로 나타났다.

상담소는 “노년층 여성 중 혼인 초기부터 남편의 폭력에 시달렸으나, 어린 자녀와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참아왔다는 사례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과거 어린 자녀를 데리고 상담소를 찾았다가 용기가 없어 포기했던 여성들이 이제 성장한 자녀의 도움으로 다시 이혼을 결심하고 상담소를 찾는 경우도 있었다.

평균수명 증가와 가치관 변화로 ‘황혼이혼’ 증가

전문가들은 황혼이혼이 늘어나는 배경으로 평균수명 증가와 사회적 가치관 변화를 꼽는다. 한국인의 평균수명이 남성 80.3세, 여성 86.3세로 늘어나면서 노년기에 새로운 삶을 추구하려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

또한 과거와 달리 개인의 행복을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불만족스러운 결혼생활을 더 이상 참지 않으려는 선택이 늘고 있다.

특히 지난 2020년 기준으로 혼인 지속 기간 20년 이상인 황혼이혼 건수는 전체 이혼의 34.7%를 차지했는데, 다른 연령층의 이혼율이 감소세를 보이는 것과 달리, 60대 이상의 이혼율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황혼이혼의 주요 쟁점은 ‘재산분할’

이와 함께 법적·제도적 변화도 영향을 미쳤다. 재산분할과 분할연금 제도 개선으로 전업주부도 혼인 기간 동안의 기여도를 인정받아 경제적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특히 황혼이혼에서는 재산분할이 주요 쟁점으로, 전업주부도 가사노동과 육아를 통한 기여를 인정받아 절반 정도의 재산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가정법률상담소 관계자는 “노년층 이혼 상담이 증가하는 만큼 이들의 경제적, 심리적 안정을 위한 사회적 지원체계 마련이 시급하다”며 “특히 노년 남성의 은퇴 후 가정 내 역할 정립과 부부 간 소통을 위한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노년의 쓸쓸한 이별은 개인의 삶의 질 향상과 자율성을 추구하는 현대 사회의 흐름을 반영하지만, 동시에 노년층의 고독감과 경제적 어려움을 가중시킬 수 있다.

따라서 인생의 마지막 장을 함께할 동반자를 잃은 노년층을 위한 사회적 관심과 지원이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