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조 쏟아붓고 ‘상’ 휩쓸었지만… 기아 주력 전기차 판매량 65% 폭락
‘미래’인 전기차는 고전, ‘현실’인 내연기관·하이브리드가 실적 방어
“전기차 제일 열심히 하는데”… 시장의 냉담한 반응에 고민 깊어지는 현대차

현대차·기아는 정의선 회장 주도로 글로벌 완성차 중 가장 적극적으로 전기차 전환을 추진해왔지만,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의 전기차 성적표는 충격적이다.
그룹의 최신 기술과 마케팅 역량을 전기차에 쏟아부었음에도 정작 소비자들의 선택은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에 집중되는, 이른바 ‘전략과 현실의 괴리’가 심화하고 있다.
“그 좋다는 상 다 받았는데”… EV6·EV9의 충격적 부진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전용 플랫폼(E-GMP) 개발과 미국 조지아주 메타플랜트(HMGMA) 건설 등에 막대한 비용을 투입했다. ‘북미 올해의 차’, ‘세계 올해의 차’ 등 주요 상을 휩쓸며 기술력과 상품성도 인정받았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혹했다. 3일 공개된 기아의 1월 미국 판매 실적에 따르면, 야심작인 대형 전기 SUV ‘EV9’의 판매량은 674대에 그쳤다. 전년 동월(1,232대) 대비 45%나 급감한 수치다.

주력 모델인 ‘EV6’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작년 1,542대에서 올해 540대로 무려 65%가 증발했다. 회사가 가장 공들여 만든 최신 전기차들이 정작 전시장에서는 소비자들에게 외면받고 있는 셈이다.
회사를 먹여 살리는 건 여전히 ‘내연기관·하이브리드’
전기차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기아가 1월 역대 최다 판매 실적을 기록할 수 있었던 건, 묵묵히 제 몫을 해준 내연기관차와 하이브리드 라인업 덕분이었다.
준중형 SUV ‘스포티지’는 1만 4,000여 대가 팔리며 브랜드 베스트셀링카 자리를 굳건히 지켰고, 소형 SUV ‘셀토스’는 전년 대비 86%나 폭증했다. 미니밴 ‘카니발’ 역시 60% 성장하며 실적을 견인했다.
결국 현대차그룹이 지향하는 ‘미래(전기차)’는 아직 오지 않았고, 회사의 수익을 책임지는 건 여전히 ‘현재(내연기관·하이브리드)’라는 사실이 수치로 증명된 것이다.
기술력 문제가 아니다… ‘시장’을 못 이기는 ‘전략’

전문가들은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부진이 차량의 성능 문제가 아닌, 시장 상황을 거스른 급격한 전환 전략에서 기인한다고 분석한다.
미국 현지에서는 충전 인프라 부족과 비싼 가격, 그리고 최근 테슬라의 공격적인 가격 인하 등으로 인해 “전기차는 아직 이르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아무리 좋은 전기차를 내놔도, 소비자들은 익숙하고 편한 가솔린이나 하이브리드 모델을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은 전기차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만큼 캐즘 충격도 크게 받고 있다”며 “투자를 멈추긴 어렵지만, 시장이 원하는 하이브리드 비중을 늘리는 등 유연한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