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 현대·기아 떼고도 해외 수주 ’13조’ 잭팟… 사상 최대 실적
보쉬·덴소 텃밭인 유럽·북미서 ‘기술 독립’ 성공… 글로벌 톱티어 위엄
올해 목표 17조 원 상향… 완성차는 ‘전쟁’ 중이지만 부품사는 ‘꽃길’

최근 테슬라의 가격 인하와 BYD의 저가 공세로 현대자동차의 위기론이 대두되고 있지만, 현대차그룹의 기초 체력은 생각보다 훨씬 단단했다.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현대모비스가 보란 듯이 ‘수주 대박’을 터뜨리며 K-모빌리티의 저력을 과시했기 때문이다.
완성차 판매 경쟁은 치열해졌을지 몰라도, 그 차를 움직이게 하는 핵심 기술력만큼은 전 세계 자동차 제조사들이 현대모비스를 찾고 있다는 방증이다.
“현대차 없어도 잘 나간다”… 홀로서기 넘어 ‘글로벌 큰형님’으로
2일 현대모비스가 발표한 지난해 해외 수주액은 91억 7,000만 달러(약 13조 2,000억 원)에 달한다.

이는 현대차와 기아를 뺀 순수 해외 완성차 업체들한테만 팔아치운 금액으로, 당초 목표를 23%나 초과 달성한 ‘어닝 서프라이즈’다.
이 수치가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현대모비스가 더 이상 ‘현대차의 하청 기지’가 아니라, 독일의 보쉬(Bosch)나 일본의 덴소(Denso)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자생력을 갖춘 글로벌 톱5 부품사로 완전히 자리 잡았음을 증명하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는 완성차 판매가 주춤하더라도 부품 사업으로 막대한 외화를 벌어들이는 탄탄한 수익 구조를 완성하게 됐다.
보쉬·덴소 안방 털었다… 까다로운 유럽·미국도 “모비스 달라”
특히 이번 성과가 돋보이는 건 경쟁사들의 안방을 공략했기 때문이다.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북미와 유럽의 메이저 완성차 업체로부터 조 단위의 전동화 핵심 부품 수주를 따냈다.

유럽은 보쉬, 콘티넨탈(독일), 발레오(프랑스) 등 전통의 강호들이 버티고 있고, 일본계 브랜드는 덴소와 아이신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이 틈바구니에서 현대모비스가 선택받았다는 것은, 단순한 가격 경쟁력을 넘어 ‘기술력’에서 우위를 점했다는 결정적인 증거다.
과거에는 단순 기계 부품이 주를 이뤘다면, 이번 수주는 전기차의 핵심인 ‘배터리시스템(BSA)’과 차세대 전자장비인 ‘인포테인먼트(HMI)’ 등 고부가가치 미래 기술이 휩쓸었다.
심지어 보수적인 해외 완성차 업체들이 자국 브랜드를 선호하는 카오디오 분야에서도 현대모비스가 기술력 하나로 수주를 따내는 쾌거를 이뤘다.
올해 목표는 17조 원… “전기차 캐즘? 우린 기회다”

현대모비스는 기세를 몰아 올해 해외 수주 목표를 작년보다 30% 높인 118억 4,000만 달러(약 17조 1,000억 원)로 잡았다.
전기차 시장이 일시적 침체(캐즘)를 겪고 있지만, 오히려 완성차 업체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자체 개발 대신 검증된 모비스의 부품을 사다 쓰는 ‘아웃소싱’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현대차그룹은 밖으로는 ‘완성차(현대·기아)’가 테슬라·BYD와 치열한 전면전을 치르는 동안, 안으로는 ‘부품(모비스)’이 적군 아군 가리지 않고 무기를 공급하며 실속을 챙기는 영리한 ‘양수겸장’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셈이다.
중국 업체들이 저가 공세를 펼칠 때, 한국은 대체 불가능한 하이테크 부품으로 글로벌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