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보이스피싱이 조금 뜸해진 것 같지 않습니까?” 이재명 대통령이 6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이 한 문장이 화제다.
캄보디아 대규모 스캠 조직 검거 소식을 전하며 경찰과 국정원의 활약을 치하한 것이다. 실제로 캄보디아 경찰은 지난 1월 31일 남동부 바벳 지역의 온라인 사기 거점을 급습해 2044명의 용의자를 검거했다. 캄보디아 내 단일 사업장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주목할 점은 검거된 용의자 중 한국인이 단 한 명도 없었다는 사실이다. 중국인 1792명(80.6%)을 비롯해 미얀마인 179명, 베트남인 177명 등 대부분 외국인이었다.

이 대통령은 “한국인 건들면 패가망신”이라는 표현으로 이번 성과를 강조했다. 하지만 검거 현장에 한국인 가해자가 없었다는 사실 뒤에는, 여전히 한국인 피해자가 존재한다는 복잡한 현실이 숨어 있다.
이번 검거는 단순한 단속을 넘어 국제 범죄 조직의 뿌리를 흔드는 작전이었다. 700여명의 정예 병력이 투입됐고, 22개 건물로 구성된 카지노 위장 단지가 적발됐다.
더욱 놀라운 것은 배후 인물인 프린스그룹 천즈 회장(38세)이 지난 1월 7일 체포되면서 약 21조원 규모의 비트코인 12만7271개가 압류됐다는 점이다.
700명 투입된 역대 최대 소탕전

캄보디아 내무부는 이번 작전을 “온라인 사기 행위를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는 확고한 의지”로 평가했다. 실제로 바벳 지역 스캠 단지는 아시아 전역을 대상으로 한 범죄 네트워크의 핵심 거점이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에 따르면 미얀마와 캄보디아에서만 최소 22만명이 범죄 조직의 강요로 사기 행위에 동원된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국제 공조가 이번 성과의 핵심 동력이었다. 경찰 ‘코리아 전담반’과 국정원은 조직 사무실 위치를 사전에 파악한 후 캄보디아 경찰과 합동 작전을 펼쳤다.
이재명 정부가 2025년 초 구성한 초국가범죄 특별대응 TF가 본격 가동되면서 미국, 일본, 호주 등과의 다자간 수사 협력도 강화됐다. 범죄 수사 전문가들은 “과거 소극적이던 대외 수사가 공세적으로 전환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인 0명’ 이면의 복잡한 현실

검거 명단에 한국인이 없다는 점은 분명 긍정적이지만, 피해 규모를 보면 상황은 다르다. 지난 1월 5일 적발된 다른 성착취 스캠 조직 사건에서는 한국인 피해자 165명이 267억원을 빼앗겼다.
또 다른 사건에서는 한국인 조직원 73명이 송환돼 869명의 국내 피해자로부터 486억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합산하면 1034명의 한국인이 피해를 입었고, 피해 금액만 753억원에 달한다.
이는 스캠 범죄의 구조적 특성을 보여준다. 현지에서 직접 범행을 저지르는 실행범, 국제적으로 자금을 이동시키는 중간 조직, 국내에서 수금을 담당하는 말단 조직까지 계층적으로 분업화돼 있다.
검거 현장에 한국인이 없었다고 해서 한국인이 범죄 네트워크에서 완전히 배제된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범죄학 전문가들은 “조직의 상층부를 타격하는 것만큼, 국내 수금 네트워크를 차단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보이스피싱 감소, 지속 가능할까

이 대통령의 발언처럼 실제로 보이스피싱이 줄었는지는 향후 공식 통계로 확인돼야 한다. 다만 국제 공조를 통한 해외 거점 소탕이 국내 범죄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은 충분하다.
천즈의 체포와 21조원 규모 자산 동결은 범죄 조직의 자금줄을 끊는 결정적 조치였다. 정부는 은닉 재산 추적과 범죄수익 환수를 본격화할 계획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장기적 관점의 대응을 강조한다. 캄보디아 외에도 미얀마, 라오스 등 동남아 전역에 스캠 거점이 산재해 있기 때문이다.
국제형사경찰기구(ICPO)와의 협력 강화, 역외 범죄 수익 추적 시스템 고도화 등이 과제로 남아 있다. 이번 대규모 검거가 일회성 성과에 그치지 않고 지속 가능한 범죄 억제로 이어질 수 있을지, 향후 정부의 대응이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