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립국어원이 발표한 ‘제3차 국민의 국어 능력 실태 조사’ 결과가 충격을 주고 있다.
성인 5명 중 1명은 일상적인 대화나 간단한 글쓰기조차 논리적으로 수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해 능력은 우수한 반면 표현 능력은 현저히 낮아, 한국인의 국어 능력 불균형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진단이다.
국립국어원은 2023년부터 2025년까지 3년에 걸쳐 전국 17개 시도에 거주하는 만 20~69세 성인을 대상으로 듣기·말하기·읽기·쓰기 능력을 평가했다.
영역별로 3,000~5,000명이 참여한 대규모 조사로, 결과는 4수준(우수)부터 1수준(기초 미달)까지 4개 등급으로 분류됐다. 이번 조사는 10년 주기로 실시되는 정부 정책 조사의 세 번째 버전으로, 우리 사회의 의사소통 능력 실태를 공식적으로 진단하는 의미를 갖는다.
이해는 우수, 표현은 취약한 이중성

조사 결과는 명확한 대조를 보여준다. 듣기 영역에서 ‘우수’ 등급인 4수준 비율이 40.6%로 가장 높았고, 읽기(33.0%)와 문법·규범(29.6%) 영역도 비교적 양호했다.
반면 말하기와 쓰기 영역의 4수준 비율은 각각 18.1%, 11.2%에 불과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기초 미달’인 1수준 비율이다. 말하기는 19.9%, 쓰기는 21.9%가 1수준으로 분류됐다.
이는 단순한 언어 능력의 문제를 넘어선다. 말하기와 쓰기는 “어떤 사실이나 생각을 정리해서 논리적으로 기술하는 언어 표현 능력”을 측정한다.
업무 보고, 창의적 표현, 사회적 소통 역량까지 포함하는 영역이다. 한국 성인 5명 중 1명이 논리적 표현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은 직장과 일상생활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구조적 문제다.
세대·학력별로 벌어진 국어 능력 격차

연령대별 격차도 뚜렷했다. 듣기 영역에서 20대의 4수준 비율은 53.8%였지만, 60대는 19.2%에 그쳤다. 약 2.8배의 차이다.
읽기 영역 역시 20대(42.8%)와 60대(22.8%) 간 격차가 1.9배에 달했다. 학력별로도 차이가 컸다. 쓰기 영역에서 고졸 미만 학력자의 4수준 비율은 3.9%에 불과했지만, 대학 재학 이상 학력자는 13.9%로 3배 이상 높았다.
이러한 격차는 디지털 환경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젊은 세대는 다양한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텍스트와 영상 콘텐츠를 접하며 정보를 습득하는 반면, 고령층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매체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교육 방식의 세대 간 차이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 기기 사용이 읽기 능력 향상시켜

흥미로운 발견도 있었다. 디지털 기기를 ‘하루 5시간 이상~하루 종일’ 사용하는 집단이 ‘메신저 외에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 집단보다 읽기 점수가 유의미하게 높았다. 디지털 기기 사용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달리, 적극적 활용이 오히려 읽기 능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의미다.
국립국어원 관계자는 “읽기 교육에서 디지털 기기를 활용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통해 뉴스, 전자책, 웹툰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접하는 것이 문해력 향상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조사는 우리 사회가 직면한 국어 능력의 실체를 드러냈다. 제1~3차 조사 결과를 비교하면 전체 수준은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모습이지만, 표현 능력의 취약성과 세대 간 격차는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았다.
논리적 사고와 표현 능력은 민주 시민으로서 의견을 나누고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 데 필수적인 역량이다. 교육 체계와 평생 학습 프로그램을 통해 모든 세대가 균형 잡힌 국어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하는 사회적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