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완성차 업계가 전기차 가격을 공격적으로 인하하며 출혈경쟁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는 경기 불황과 전기차 수요 감소, 전기차 보조금 삭감 추세 등의 영향으로 판매 증진을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이러한 가격 인하 전략이 전기차 대중화로 이어질지, 아니면 업계 내 출혈 경쟁으로 귀결될지에 대한 전망은 분분하다.
최근 테슬라는 독일에서 모델Y 롱레인지와 모델Y 퍼포먼스의 가격을 각각 9%, 8.1% 인하해 5000유로(약 730만원)를 낮췄으며, 프랑스, 덴마크, 노르웨이, 네덜란드 등 유럽 여러 국가에서 최대 10.8% 가격 인하를 단행했다. 중국에서도 올해 초 모델3와 모델Y의 가격을 각각 5.9%, 2.8% 인하한 바 있다.
이번 가격 인하 경쟁의 선두주자는 BYD로, 전기차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BYD는 독일에서 전기차 가격을 최대 15% 인하하며 시장에 파장을 일으켰다.
BYD의 주력 모델인 아토3는 판매 시작 가격이 4만 7000유로(약 6800만원)에서 4만 유로(약 5800만원)로 조정되었다.
이 같은 가격 인하 조치는 테슬라를 비롯한 다른 업체들의 가격 정책에도 영향을 미치며 전기차 시장의 경쟁 구도를 더욱 치열하게 만들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전기차 가격 인하 정책은 전 세계적으로 보조금 삭감 추세에 대응하는 전략으로 분석되고 있다.
전기차 구매가 둔화되고, 여러 국가에서 전기차 보조금이 삭감되면서, 소비자 구매를 촉진하기 위해 업체들은 자체적으로 할인을 시행하고 있다.
특히, 미국과 프랑스는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보조금 지급 규정을 강화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보조금을 받지 못하는 완성차 업체들은 시장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자체 할인을 실시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라 국내에서 생산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는데, 현대차와 기아는 미국 내 전기차 공장이 아직 완공되지 않아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이에 따라 현대차와 기아는 미국 시장에서 전기차 가격을 최대 7500달러(약 1000만원)까지 할인하여 판매하고 있다.
현대차는 2024년형 아이오닉 5, 아이오닉 6, 코나 일렉트릭 구매자에게 7500달러의 현금 보너스를 제공하고 있다.
기아 미국법인도 2023년형 및 2024년형 EV6와 니로 EV 구매자에게 3000달러에서 7500달러 사이의 캐시백을 제공하고 있으며, 모델에 따라 할인액이 다르다.
이러한 할인 정책은 전기차 시장의 경쟁력을 높이고 소비자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다른 업체들도 마찬가지다. 폭스바겐은 유럽 시장에서 전기차 ID 시리즈의 출고가를 최대 30%까지 인하했으며, 제너럴모터스(GM)도 미국의 IRA 보조금 명단에서 일부 모델이 제외되자, 자체적으로 최대 7500달러 할인을 적용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이러한 가격 인하 경쟁은 전기차 판매와 관련하여 ‘치킨게임’으로 비유되며 업계의 수익성 하락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스텔란티스의 최고경영자(CEO) 카를로스 타바레스는 최근 “비현실적인 비용 수준을 무시한 채 진행되는 가격 할인 경쟁은 결국 전기차 업계에 해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기차 판매는 저공해차 의무 판매 비율 등의 규제를 충족시키기 위한 필수적인 조치이지만, 업계는 여전히 내연기관 차량 판매를 통해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판매로는 수익을 내기 어렵고, 내연기관 차량을 팔아야만 수익이 나는 구조”라며, “전기차의 의무 판매 비율을 충족해야만 내연기관 차량을 판매할 수 있어, 전기차 대중화가 현실화될 때까지 업계는 가격 경쟁의 압박을 견뎌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