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만 믿고 있었는데”… 나라 곳간서 ’49조’ 증발한 이유 밝혀지자 ‘아뿔싸’

5년 연속 국가 재정 적자
최대 납세 기업 법인세 ‘0원’
세수 결손 12조 5천억 전망

국가 재정이 사상 초유의 위기에 직면했다. 한국 경제의 ‘대들보’로 불리던 삼성전자가 2년 연속 법인세를 ‘0원’으로 기록하면서 정부의 세수 확보 계획에 비상이 걸린 것이다.

한때 연간 수조 원의 법인세를 납부하며 나라 곳간을 채우던 최대 납세 기업의 세금 납부액이 급감하면서, 국가 재정은 5년 연속 적자라는 긴 터널에 갇혔다.

세수 결손 12조 원 돌파, 비상 걸린 나라 곳간

기획재정부는 올해 세수 결손 규모가 6월 추경(추가경정예산) 당시 예상했던 10조 원을 훌쩍 넘긴 12조 5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9월 25일 발표했다.

이는 추경 예산 대비 국세 수입이 2조 2천억 원가량 부족할 것이라는 재추계 결과다. 이처럼 세수가 크게 줄어든 배경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기재부는 환율 하락에 따른 부가가치세 및 관세 감소, 유류세 인하 조치 연장, 배달 라이더 등에 대한 소득세 환급 확대 등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하지만 이보다 더 근본적인 충격은 법인세 수입의 급감에서 비롯됐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4년 공공부문계정(잠정)’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공공부문은 48조 9천억 원의 적자를 기록하며 2020년부터 5년 연속 적자 행진을 이어갔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이후 최장 기록이다. 공공부문 총수입이 전년 대비 2.8%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총지출(2.6% 증가)을 따라잡지 못했는데, 법인세 수입 감소로 인한 중앙정부의 수지 악화가 결정적이었다. 중앙정부의 적자 규모는 전년보다 16조 원 넘게 늘어난 76조 5천억 원에 달했다.

삼성전자 법인세 ‘0원’ 충격파

이러한 세수 감소의 중심에는 대한민국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가 있다. 과거 연간 6~7조 원에 달하는 법인세를 납부했던 삼성전자는 2023년 대규모 영업손실(11조 5천억 원)을 기록하며 법인세를 한 푼도 내지 않았고, 심지어 약 4조 4,800억 원을 환급받았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삼성전자가 2024년 흑자로 전환했음에도 불구하고 법인세가 다시 ‘0원’으로 추산된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세법상 정당한 공제들이 영향을 미쳤다. 주요 요인은 이월결손금 공제와 세제 혜택의 확대다.

이월결손금은 과거의 손실을 현재의 이익에서 제하는 제도이며, 2023년부터 대기업의 공제 한도가 소득의 80%까지 확대되면서 그 효과가 극대화되었다.

여기에 R&D 및 투자 관련 세액공제까지 더해져, 지난 2년간 삼성전자가 감면받은 세금은 9조 원을 초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같은 반도체 업종의 SK하이닉스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폭증에 힘입어 2024년 높은 실적을 기록하며 3조 6천억 원이 넘는 법인세를 납부했다. 비슷한 시기에 두 거대 기업이 국가 재정에 기여하는 방식이 완전히 엇갈린 것이다.

세제 허점 점검과 재정 건전성 확보 시급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이 기업의 투자와 경쟁력 지원을 위한 세제 제도의 구조적인 허점에서 비롯된 것으로 지적한다.

특히 해외 자회사에서 벌어들인 배당금에 대한 세금 면제와 같은 감면 정책이 기업에는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지만, 국가 재정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결과를 낳았다는 분석이다.

이현영 한국은행 지출국민소득팀장은 “최근 2년간의 재정 적자는 기업 실적 악화에 따른 법인세 감소가 주요 원인”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세수 결손은 결국 복지 지출이나 인프라 투자 등 주요 정책 예산에 부담으로 전가될 수밖에 없다.

기업의 투자 활성화와 국가 재정 건전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해, 감세 기조와 세제 혜택의 효율성 및 지속 가능성을 근본적으로 재점검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