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주는 ‘제2의 월급’ “벌써 4배 늘었다”…노인들 ‘웃음꽃 활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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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만 개→10년 만에 100만 개”… 정부 주도 ‘실버 일자리’ 급증
한은 쓴소리 “노인 일자리로 고용은 좋아 보여도, ‘경제 체력’은 글쎄”
“용돈벌이 넘어 생계수단”… 민간 아닌 세금 일자리의 한계
정부 주도 ‘실버 일자리’ 급증
정부 주도 ‘실버 일자리’ 급증 / 출처 : ‘더위드카’ DB

“아침에 조끼 입고 동네 한 바퀴 돌며 쓰레기 줍고, 아이들 등하굣길 지켜주는 일이 요즘 내 유일한 낙이자 수입원입니다.”

탑골공원에서 만난 박 모 어르신(76)의 이야기다. 요즘 거리에서 형광색 조끼를 입고 공익 활동을 하시는 어르신들을 마주치기가 참 쉬워졌다. 정부가 지원하는 ‘노인 일자리’ 사업 덕분이다.

이 일자리가 어느덧 100만 개에 육박했다. 은퇴 후 소득 절벽에 내몰린 어르신들에게는 가뭄의 단비 같은 존재지만, 나라 경제 전체로 봤을 때는 “고용 성적표가 좋아 보이는 착시 현상을 일으킨다”는 한국은행의 분석이 나왔다.

우리가 고마워하며 다니는 이 일자리, 도대체 경제에는 어떤 신호를 보내고 있는 걸까?

10년 새 4배 폭증… 정부가 ‘제2의 월급’ 주다

정부 주도 ‘실버 일자리’ 급증
정부 주도 ‘실버 일자리’ 급증 / 출처 : 뉴스1

노인 일자리가 이렇게 많아진 건 언제부터일까? 한국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그 기점은 2015년 전후로 보인다.

2015년만 해도 27만 명 수준이었던 노인 일자리는 10년 사이 3.7배나 늘어, 지난해에는 무려 99만 명(1~3분기 기준)을 기록했다. 전체 취업자 중 정부가 만든 공공 일자리 비중도 7.2%나 된다.

이는 급격한 고령화로 인해 노후 준비가 부족한 어르신들이 쏟아져 나오자, 정부가 세금을 투입해 사회적 안전망을 깐 결과다.

기업들이 어르신들을 잘 채용하지 않으니, 정부가 직접 나서서 ‘일자리’라는 이름의 복지 혜택을 제공한 셈이다.

“지표는 좋은데 경기는 왜 안 좋아?”… 통계의 함정

정부 주도 ‘실버 일자리’ 급증
정부 주도 ‘실버 일자리’ 급증 / 출처 : 뉴스1

문제는 이 일자리들이 경제 통계에 섞이면서 ‘착시’를 일으킨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은 “고용률이나 실업률 숫자는 아주 좋아 보이는데, 실제 경제 성장률은 그만큼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쉽게 말해, 겉으로는 “일하는 사람이 많으니 경기가 좋겠네” 싶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기업이 투자를 해서 만든 ‘양질의 민간 일자리’가 아니라, 정부 예산으로 유지되는 단기 일자리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작년 1분기엔 민간 일자리가 3,000개 줄어든 반면, 정부가 만든 공공 일자리는 15만 8,000개 늘었다. 어르신 일자리가 고용 통계의 ‘구원투수’였지만, 그만큼 경제의 진짜 체력은 약해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르신에겐 ‘생명줄’, 경제엔 ‘숙제’

정부 주도 ‘실버 일자리’ 급증
정부 주도 ‘실버 일자리’ 급증 / 출처 : 뉴스1

물론 어르신들 입장에서 이 일자리는 단순한 통계 숫자가 아니다. 병원비가 되고, 손주 용돈이 되는 소중한 ‘생명줄’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부 주도의 노인 일자리가 당장의 빈곤을 막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국가 경제가 성장하는 동력이 되기는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세금으로 월급을 주는 구조는 영원히 지속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정부가 풀어야 할 숙제는 명확하다. 어르신들을 위한 공공 일자리는 복지 차원에서 유지하되, 경제 통계를 볼 때는 이를 따로 떼어놓고 냉정하게 민간 경제를 살릴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100만 노인 일자리 시대. 어르신들의 땀방울이 헛되지 않으려면, 이 일자리가 경제 성장의 걸림돌이 아닌 든든한 사회 안전망으로 제대로 평가받는 지혜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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