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무사고도 걸렸다”…운전자 10명 중 9명이 잘못 알고 있는 ‘과태료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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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안 움직이는데 왜 켜?”…대기 중 소등, 원칙상 위반 아니지만 현실은 달랐다
범칙금 3만 원보다 무서운 ‘스마트 국민제보’…2020년 44만 건 폭탄 신고
‘직좌 차로’ 비매너 1순위, “전기세 아끼냐” vs “눈부심 방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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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회전 대기 중 방향지시등 /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아니, 신호 대기 3분 동안 똑딱거리는 소리 듣기 싫어서 잠깐 껐다가 출발할 때 켰는데, 뒤차가 신고해서 범칙금 고지서가 날아왔습니다. 이거 너무 억울한 거 아닙니까?”

운전 경력 15년 차 택시 기사 박 모 씨(52)는 최근 황당한 경험을 했다.

좌회전 차로에서 신호 대기 중 방향지시등을 잠시 껐다가, 출발과 동시에 다시 켰음에도 ‘방향지시등 미점등’으로 신고당한 것이다. 박 씨는 “차가 멈춰있는데 무슨 방향을 지시하라는 거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도로 위의 오래된 논쟁, ‘좌회전 대기 중 방향지시등’ 문제는 여전히 결론이 나지 않는다. 꺼도 된다는 주장과 반드시 켜야 한다는 주장이 맞선다. 과연 법은 어느 쪽에 무게를 둘까? 또 실제 도로에서는 어떻게 운행되는 경우가 많을까?

법대로만 따지면? “멈춰 있을 땐 꺼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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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회전 대기 중 방향지시등 / 출처 : 연합뉴스

도로교통법 제38조는 명확하다. 운전자는 ‘진로를 바꾸려고 하는 경우’에 신호를 해야 한다. 즉, ‘행위’가 있어야 의무가 발생한다.

경찰청 해석에 따르면, 이미 좌회전 차로에 진입해 완전히 정지한 상태라면 ‘진로 변경 행위’가 멈춘 것으로 본다. 따라서 신호 대기 중 깜빡이를 끄고 있는 것 자체만으로는 단속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함정은 ‘출발하는 0.1초’에 있다. 핸들을 꺾거나 바퀴가 구르는 순간, 다시 ‘진로 변경’이 시작되므로 깜빡이가 켜져 있어야 한다.

박 씨처럼 출발과 동시에 켰다고 주장해도, 블랙박스 영상 속에서 바퀴가 움직이는데 불이 꺼져 있다면 얄짤없이 범칙금 3만 원(승용차 기준) 당첨이다.

“상품권 날아갑니다”… 무서운 ‘스마트 국민제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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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회전 대기 중 방향지시등 / 출처 : 연합뉴스

과거엔 경찰이 현장에서 굳이 잡지 않는 이상 유야무야 넘어갔지만, 지금은 시대가 변했다. 바로 ‘스마트 국민제보’ 앱과 고화질 블랙박스 덕분이다.

실제로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20년 한 해에만 방향지시등 미점등 공익신고가 44만 건을 넘었다. 전체 교통법규 위반 신고의 약 20%에 달하는 수치다.

특히 ‘프로 불편러’들은 대기 중 깜빡이를 껐다가 켜는 그 찰나의 순간을 놓치지 않는다.

“전기세 아끼려고 그러냐”는 비아냥과 함께 날아오는 금융치료 고지서는 덤이다. 결국 ‘법적으로 꺼도 된다’는 논리는 과태료 고지서 앞에서는 무용지물이 되기 십상이다.

직진·좌회전 겸용 차로의 ‘빌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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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회전 대기 중 방향지시등 / 출처 : 연합뉴스

가장 큰 문제는 ‘직좌(직진·좌회전) 겸용 차로’에서 발생한다. 여기서 깜빡이를 끄고 있으면, 뒤차는 앞차가 직진할 것이라 믿고 바짝 붙는다. 신호가 바뀌고 앞차가 갑자기 좌회전 깜빡이를 켜며 멈춰 서면, 뒤차는 꼼짝없이 갇히게 된다.

이런 경우 단순한 짜증을 넘어 보복 운전의 불씨가 되거나, 뒤차가 급하게 차선을 변경하다 사고가 나면 ‘비접촉 사고’ 유발 책임까지 물을 수 있다. 보험사 과실 비율 산정에서도 방향지시등 점등 여부는 결정적인 ‘기본 수칙’으로 작용한다.

3만 원 아끼려면 그냥 ‘켜두는 게’ 답이다

“눈부심 방지를 위해 끈다”는 배려형 운전자도 있지만, 요즘 차량의 LED 램프는 시인성이 좋아 뒤차에 큰 방해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내 의도를 명확히 알리는 것이 상대방에 대한 최고의 배려다.

법은 ‘움직일 때’만 켜라고 하지만, 현실은 ‘계속 켜두는 것’이 정신 건강과 지갑 건강에 이롭다. 1초의 귀찮음이 몇 달 뒤 날아올 고지서보다는 훨씬 싸게 먹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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