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대출 71조 돌파…역대 최대치
현금 급한 서민들, 보험서 꺼내 쓴다
가계 연체율 상승…부실 신호 켜지나

“진짜 급해서 썼는데, 저만 그런 게 아니었네요.”
서울 강서구에 사는 50대 직장인 김모 씨는 최근 생명보험에서 300만 원을 대출받았다.
자녀 학자금과 생활비가 겹쳐 급전이 필요했지만, 신용대출은 부담돼 결국 보험계약대출을 선택했다. 김 씨는 “요즘 경기가 어려우니까 주변에서도 이걸 급하게 이용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신용 막히자 보험까지…현금 급한 서민들 ‘마지막 선택’
보험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보험계약대출’ 규모가 지난해 말 71조 6000억 원을 넘어서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보험계약대출은 보험에 가입한 사람이 해지환급금 한도 내에서 돈을 빌리는 방식으로, 신용등급에 상관없이 빠르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 서민층의 대표적인 ‘급전 창구’로 꼽힌다.
30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4년 12월 말 보험회사 대출채권 현황’에 따르면, 보험계약대출 잔액은 전 분기보다 9000억 원 증가한 71조 6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보험사 전체 가계대출은 135조 7000억 원으로, 이 중 절반 이상이 보험계약대출이었다.
이처럼 보험을 담보로 한 대출이 빠르게 늘고 있다는 건, 신용대출이나 금융권 대출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보험에서 현금을 꺼내 쓰고 있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가계대출 연체율은 소폭 상승…기업대출은 개선세

전체 보험사 대출잔액은 269조 6000억 원으로, 전 분기보다 2조 7000억 원 증가했다. 이 중 가계대출은 1조 3000억 원 증가했고, 주택담보대출(51조 9000억 원), 신용대출(7조 9000억 원)도 모두 소폭 늘었다.
한편 기업대출은 133조 8000억 원으로, 전 분기보다 1조 4000억 원 늘었으며, 이 가운데 대기업 대출은 증가(46조 6000억 원), 중소기업 대출은 소폭 감소(87조 2000억 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 건전성은 전반적으로 양호한 수준이지만, 가계대출 쪽에서는 주의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가계대출 연체율은 0.75%로 전 분기보다 0.07%포인트 상승한 반면, 기업대출 연체율은 0.55%로 0.04%포인트 감소했다.
부실채권비율은 안정적…금감원 “모니터링 강화할 것”
총여신 대비 고정이하여신(부실채권) 비율은 전체적으로 0.64%로, 전 분기보다 0.07%포인트 감소하며 안정세를 보였다. 하지만 가계대출의 부실채권비율은 0.53%로 소폭 상승해 눈길을 끌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사 전체 대출의 건전성은 양호한 수준이지만, 가계대출 부문은 연체율과 부실채권 비율 모두 전 분기보다 소폭 상승했다”며 “보험사들의 대손충당금 적립을 유도하고, 부실자산 조기 정상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최근의 보험계약대출 증가세가 서민경제의 압박을 반영하는 신호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보험계약대출은 신용등급이나 절차에 관계없이 빠르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 급한 돈이 필요한 경우에 많이 이용된다”며 “최근처럼 이 수치가 가파르게 늘어나는 건, 실제로 현금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는 가계가 많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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