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빌딩, 143억→800억 ‘강남의 기적’
빈 사무실 없는 강남, 수요가 가치를 끌어올려
GBC·GTX 개발 현실화…투자 중심 다시 강남

2003년 박찬호가 메이저리그 마운드를 휘어잡던 그해, 그는 서울 강남 신사동 대로변의 낡은 건물 한 채를 73억 원에 매입했다.
여기에 70억 원을 추가 투입해 지하 4층, 지상 13층 규모의 현대식 빌딩을 완성했다. 총 투자금액 143억 원이었다.
20년이 흐른 지금, 이 건물의 시세는 800억 원에 육박한다. 무려 6배에 가까운 상승이다.
이는 가격 변동을 넘어선 현상이다. 박찬호의 빌딩은 강남 부동산이 왜 여전히 최고의 투자처로 여겨지는지를 보여주는 살아있는 증거가 되었다.

현재 이 빌딩에는 프리미엄 자동차 전시장과 자산운용사, 장학재단 등이 입주해 있으며, 최상층에는 그의 법인 사무실이 자리한다. 그렇다면 이 놀라운 가치 상승의 비밀은 무엇일까?
“빈 사무실이 없다”…강남 오피스 시장은 지금 과열 중
핵심은 공급과 수요의 극명한 불균형이다.
2024년 말 기준 강남 업무지구의 공실률은 1% 미만을 기록한다. 공실률이란 전체 사무실 중 비어있는 공간의 비율을 뜻하는데, 1%라는 수치는 사실상 ‘빈 사무실이 없다’는 의미다.
일반적으로 5% 이하면 임차인이 유리한 시장으로 여겨지는데, 강남은 그 5분의 1 수준이다.

기업들이 경기 불확실성 속에서도 강남을 택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브랜드 이미지와 접근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강남에 사무실을 둔다는 것 자체가 기업의 신뢰도를 높이는 마케팅 효과를 낳는다. 결국 수요는 강남으로 몰리고, 임대료는 상승하며, 건물주의 수익률은 급등한다.
박찬호의 빌딩 역시 매월 억 단위의 임대 수익과 광고 수입을 안정적으로 창출하고 있다.
성수보다 강남? 투자자들이 다시 돌아오는 이유
여기에 강남 일대를 뒤바꿀 대형 개발 프로젝트들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현대차의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는 당초 105층 단일 타워에서 55층 쌍둥이 빌딩으로 설계를 변경하며 실현 가능성을 높였다.
영동대로 지하에는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와 위례신사선이 만나는 복합환승센터가 건설 중이다. GTX는 서울 도심과 수도권을 30분 내로 연결하는 초고속 지하철로, 강남의 교통 허브 기능을 한층 강화할 전망이다.
압구정동의 재건축 사업도 가속화되고 있다. 재건축이란 낡은 아파트를 헐고 새 아파트를 짓는 사업으로, 이 과정에서 주변 상권과 부동산 가치가 함께 상승하는 효과를 낳는다.
동시에 백화점들 간의 럭셔리 브랜드 유치 경쟁도 이 일대의 상업적 매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성수동이나 합정동 같은 신흥 상권이 주목받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강남의 입지는 더욱 견고해졌다. 새로운 트렌드를 쫓던 투자자들도 결국 “안전한 수익률을 원한다면 강남이 답”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유행은 변해도 가치는 변하지 않는다는 부동산 투자의 철칙이 다시 한번 증명되는 셈이다.
박찬호의 빌딩은 운이 만든 우연이 아니다. 지속적인 수요, 최고의 입지, 안정적인 수익률, 그리고 현실화된 개발 호재까지 모든 요소가 완벽하게 맞아떨어진 필연의 결과다.
강남은 과거의 영광에 머물지 않는다. 여전히 가장 확실한 미래를 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