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끼리만 먹어야 하는데 “세계인들 알아채 버렸다”…K-특산품 ‘불티’

경남 통영발 K-수산식품의 진격
고추장·불닭소스, 세계 입맛 저격
K푸드의 새로운 반도체로 떠오르다

K팝과 드라마로 시작된 한류 열풍이 이제는 K푸드로 옮겨붙으며, 우리가 몰래 즐기던 ‘비밀 병기’들이 속속 그 정체를 드러내고 있다.

고추장과 불닭 소스가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가운데, 통영의 굴 비빔 소스와 전복 간식까지 글로벌 식탁을 향해 뻗어나간 것이다.

지역 특산물이 지자체의 든든한 지원을 받아 한류의 새로운 주역으로 부상하며, K-푸드의 세계화는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K푸드의 반도체’…고추장·불닭소스, 세계를 홀리다

지난 23일, 경남 통영시 수산식품거점센터에서는 지역 수산가공기업들이 개발한 신제품이 공개됐다.

전국 생산량 1위인 통영 굴로 만든 비빔 소스 ‘통영해(海)장’과 전복을 활용한 간식 ‘전복포·전복야끼’가 그 주인공이다. 이제 이 K-특산품들이 세계 시장의 문을 두드릴 채비를 마친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통영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특히 고추장, 불닭 소스 등 K-소스는 ‘K푸드의 반도체’로 불리며 새로운 수출 효자 상품으로 급부상했다.

2024년 K-소스 수출액은 약 4억 달러(약 5500억 원)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며 3년 연속 성장하는 기염을 토했다.

고추장은 단순히 매운맛을 넘어 발효 과정에서 생성되는 깊은 감칠맛과 은은한 단맛의 조화로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특히 미국에서는 바비큐 소스나 쿠키에 고추장을 접목한 현지화된 레시피가 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되며 새로운 식문화 트렌드를 형성하고 있다.

불닭 소스는 ‘챌린지’ 문화를 통해 하나의 팬덤을 형성했다. 전 세계 젊은이들이 SNS에 앞다투어 불닭 소스를 활용한 요리를 올리고, 글로벌 프랜차이즈들은 불닭 치킨, 감자튀김 등 현지 맞춤형 메뉴를 선보이며 그 인기에 불을 지폈다.

식품업계는 2028년 약 100조 원 규모로 예상되는 글로벌 소스 시장에서 K-소스의 영향력이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통영의 맛, 세계로…지자체의 든든한 지원 사격

숨겨진 지역 특산품이 세계적인 상품으로 발돋움하는 데에는 지방자치단체의 든든한 지원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경남도는 지난해부터 ‘새싹기업 도약지원’ 사업을 통해 중소 수산 가공업체의 신제품 개발과 시장 개척을 돕고 있다.

업체 한 곳당 최대 1억 원을 지원하는 이 사업을 통해 지난해에만 7개 업체가 놀라운 성과를 냈다. 굴·가리비 조림, 직화 장어구이, 굴 감바스, 우럭 매운탕 등 지역 수산물을 활용한 가정간편식(HMR) 수십 종이 개발돼 소비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이번에 공개된 ‘통영해(海)장’과 전복포 역시 이 사업의 결과물로, 경남도는 내년부터 본격적인 판매와 유통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제 K-특산품은 단순히 음식을 파는 것을 넘어 한국의 식문화를 전 세계에 알리는 문화 전도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우리의 식탁 위에서 시작된 작은 날갯짓이 전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는 거대한 태풍으로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