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이 버린 차” 닦아 쓰던 대한민국…50년 뒤 “전 세계 놀래켰다” ‘감동’

한국군, 폐차 고쳐 쓰던 시절서 자주전력으로 성장
K2·K9 앞세워 국제 시장서 존재감 키우는 K-전력
전쟁의 교훈이 만든 속도…확장 어디까지 이어질까

한국군의 군용차가 지금처럼 해외 전장에서 눈에 띄는 존재가 되기까지의 길은 생각보다 길고도 흥미롭다.

오래전 미군이 남긴 지프와 트럭을 고쳐 쓰던 기억이 있는 세대라면, 한국이 스스로 전술차량을 만들어 세계에 수출하는 나라가 됐다는 사실이 여전히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떻게 이런 변화를 이뤄냈을까. 이 질문을 따라가면 뜻밖의 장면들이 이어진다.

‘남이 준 차’ 고쳐 쓰던 한국군, 왜 스스로 만들기 시작했나

전쟁 직후 한국군에게 군용차란 ‘정비’의 대상에 가까웠다. 부품을 구해 붙이고, 다시 고쳐 쓰는 방식으로 군이 움직였다.

그러나 1970년대 들어 분위기가 바뀌었다. 미군 감축 가능성이 거론되며 “언제까지 남의 것에 의지할 수 있을까”라는 경고음이 들렸기 때문이다.

자주국방 정책과 중화학공업 육성이 탄력을 받았고, 1976년 정부가 당시 아시아자동차를 군용차 단독 생산사로 지정한 순간, 한국의 군용차 역사는 새로운 궤도를 타기 시작했다.

1978년 등장한 K111 지프와 K511 2.5톤 트럭은 그 흐름의 신호탄이었다. 비록 완전한 독자 모델은 아니었지만, 한국군이 스스로 설계하고 양산한 첫 전술차량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이때부터 한국은 점차 ‘차량 제작국’에서 ‘지상전투체계 보유국’으로 발돋움했다. K1 전차, K200 장갑차를 넘어 K2 흑표 전차와 K9 자주포가 등장하면서 기술력과 생산 규모는 전혀 다른 단계에 올라섰다.

세계가 주목하는 K-전력, 왜 한국산 군용차를 선택할까

그렇다면 지금의 한국 군용차는 세계에서 어느 정도 위치에 있을까. 폴란드가 대규모로 K2 전차와 K9 자주포를 도입하며 체결한 계약을 떠올리면 답은 어렵지 않다.

해외가 한국 장비를 찾는 이유도 분명하다. 탄탄한 성능, 혹한과 험지에서 검증된 운용 경험, 서유럽 장비보다 부담을 덜 주는 가격 등이 강점으로 꼽힌다. 자연스럽게 한국은 국제 방산 시장에서 주목받는 공급국이 됐다.

전술차량 분야도 빠르게 확장 중이다. 한국형 험비로 불리는 KLTV는 해외 해병대가 실전 운용할 만큼 신뢰를 얻었고, 차세대 전술트럭 KMTV는 국내 배치와 함께 수출을 노리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로템, 기아 등 주요 기업들의 방산 매출이 커지고 있는 것도 이 흐름과 맞닿아 있다. 중심에는 언제나 전차·장갑차·자주포·트럭 같은 군용차 기반 지상체계가 있다.

전쟁의 유산에서 미래 산업으로… 한국 군용차의 성장 배경

돌이켜 보면 이 모든 변화는 거창한 목표에서 출발한 것은 아니었다. 한국전쟁 이후의 절박함과 1970년대의 위기감이 기술 축적의 출발점이 되었고, 성능과 생산 경쟁력을 빠르게 쌓아온 결과가 지금의 자리로 이어졌다.

변화의 속도는 여전히 빠르다. 어디까지 확장될지 알 수 없지만, 새로운 가능성의 문이 활짝 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