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절대 못 따라와”, “이게 대한민국 클라스”…50년 만에 ‘세계 최초’ 해냈다

HD현대, 세계 최초 5천 척 인도…반세기 결실
한국 조선, 고부가 선박으로 글로벌 신뢰 확보
친환경·첨단 기술 앞세워 ‘기술 초격차’ 굳힌다

HD현대가 단일 기업으로는 세계 최초로 선박 누적 인도 5천 척을 달성하며 한국 조선업의 반세기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이번 기록은 1974년 첫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을 건조하며 세계 무대에 발을 내디딘 이후 50년 만에 이룬 성과다.

울산 조선소에서 필리핀 해군에 인도된 초계함 ‘디에고 실랑’은 한국 조선업이 거친 바다를 헤치며 쌓아온 기술과 경험, 그리고 수많은 현장의 노력이 집약된 결과로 평가된다.

불황을 기회로 바꾼 1970년대, 한국 조선의 반전이 시작되다

한국 조선업이 세계의 판도를 움직일 만큼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은 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대형 선박 건조 경험조차 일천했던 한국은 조선업을 국가 기간산업의 중심으로 두며 판을 빠르게 바꿔나갔다.

해외 기술을 과감히 도입하는 한편, 세계적인 불황기에도 오히려 설비 투자를 늘리는 역발상으로 기초 체력을 다졌다.

이러한 선제적 투자는 1980~90년대 경쟁국들이 주춤하는 사이 안정적인 품질과 생산 능력을 앞세워 국제 시장을 장악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2000년대 들어 한국은 또 한 번의 전략적 전환을 맞이했다. ‘저가 수주 및 대량 생산’ 방식에서 벗어나 LNG 운반선, 고성능 군함 등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승부수를 띄운 것이다.

정밀 설계와 복합적인 기술력이 요구되는 이 분야에서 한국은 “비용이 더 들더라도 믿을 수 있는 조선국”이라는 독보적인 신뢰를 구축했다.

글로벌 선주들이 한국 조선소를 꾸준히 찾는 이유는 바로 이 납기 준수와 품질에 대한 굳건한 믿음이 형성된 덕분이다.

중국의 물량 공세 속에서도…한국은 ‘기술 초격차’로 승부한다

현재 글로벌 조선 시장은 중국이 막대한 물량을 앞세워 점유율을 높이는 상황이지만, 한국은 기술 초격차 전략으로 중심을 잡고 있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강화된 환경 규제에 따라 LNG, 메탄올, 암모니아 등 차세대 친환경 선박 수요가 늘고 있는데, 이는 한국 조선소들이 오랜 시간 축적해온 고난도 건조 경험과 맞물려 새로운 기회 요인이 되고 있다.

HD현대를 비롯해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 3사는 디지털 기술과 친환경 설비를 접목해 미래 성장 동력을 착실히 다지는 중이다.

이번 5천 척 돌파가 더욱 값진 이유는 단일 기업의 성과를 넘어 한국 조선업 생태계 전체가 걸어온 길의 총합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인도된 선박을 일렬로 세우면 서울에서 도쿄를 잇는 거리보다 길다는 사실은 이 성취의 거대함을 방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