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화장실도 못 가는 초등생들
교사들 “학습은 좋은데 생활능력 부족”
“부모의 과보호가 아이 성장 막아”

“운동화 끈도 못 묶고, 혼자 교실도 못 찾아오는 아이들이 늘고 있습니다.”
현직 초등학교 교사들의 놀라운 증언이 한국 교육계에 충격을 주고 있다. 금지옥엽처럼 키워놓은 아이들이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현실에 학부모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예전과 다르다는 요즘 초등학생’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달 20일 유튜브 채널 ‘랭킹스쿨’에 게재된 이 영상에는 교직 경력 20년 이상의 베테랑 교사 세 명이 현장에서 목격한 오늘날 초등학생들의 실태를 낱낱이 공개했다.

기본적인 생활 기술조차 부족한 아이들
23년 경력의 천경호 교사는 “요즘 아이들은 또래와 어울리는 경험이 부족하다”며 “기기와의 상호작용만 주로 하다 보니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능력이 부족한 채로 학교에 온다”고 지적했다.
특히 충격적인 것은 일상생활의 기본 능력조차 부족하다는 점이다. 천 교사는 “혼자 화장실 가는 것도 어렵고, 식판에 밥 뜨는 것도 못 하는 아이들이 많다. 심한 경우엔 연필 쥐는 법조차 제대로 모르는 경우도 있다.” 고 설명했다.
26년 경력의 한희정 교사는 학생들의 공간지각 능력 부재를 지적했다. 그는 “학교라는 공간에서 교실을 찾아오는 것이 가장 기본인데, 한 학기가 지나도 식당에서 교실로 돌아오지 못하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보건실에 혼자 갔다가 돌아오지 못해 친구를 붙여줘야 하는 상황이 빈번하다’고 덧붙였다.
한 교사는 그 원인을 “어릴 때부터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차를 타고, 어린이집 앞에서 내리고, 다시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생활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혼자서 어딘가를 다니며 경험해야 공간지각 능력이 발달하는데, 그런 기회를 제공하지 않는 가정이 늘고 있다”고 언급했다.
더 놀라운 사실은 2학년 교과과정에 ‘운동화 끈 묶기’가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다. 한 교사는 “우리 시절에는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았던 것”이라며 “일상에서 필요한 잔소리를 듣지 못한 세대”라고 안타까워했다.

사과하지 않는 아이들, 책임지지 않는 어른들
교사들은 현세대 아이들의 학습 능력은 뛰어나지만, 실천 능력과 윤리의식은 과거보다 떨어진다고 입을 모았다.
천 교사는 요즘 아이들이 잘못을 저질러도 사과하지 않는 현상에 대해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라고 말하는 순간 가해자임을 인정한다는 인식이 퍼졌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자녀가 분명한 가해자임에도 사과하지 말라고 강요하는 부모를 목격한 적도 있다”고 덧붙였다.

26년 경력의 조재범 교사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면 책임이나 처벌이 따라온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인정하지 않는다”며 “집에서 우대받는 경험 때문에 자신이 잘못한 게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다.
조 교사는 근본적인 원인으로 어른들의 행동을 지목했다. “부모가 아이들의 거울이고 그림자다. 불행히도 현대 사회에서 ‘제가 잘못했습니다’라고 책임지는 어른이 별로 없다. 그것이 아이들에게까지 전파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학부모들의 과도한 개입도 문제로 지적됐다. 천 교사는 “학부모들이 아이들의 어려움을 즉시 물어볼 곳이 없다 보니 온라인에 의존하게 된다”며 “비전문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학교에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경우가 많아 교사들의 고충이 크다”고 토로했다.
누리꾼들도 이 문제에 공감하는 반응을 보였다. “교육은 교사가, 인성과 예절은 가정에서 가르쳐야 한다”, “가정에서 해야 할 일을 학교에 전가하니 답이 없다”, “요즘 아이들은 스스로 판단할 기회가 너무 적다”, “조기 교육에는 열을 올리면서 한편으로는 바보로 키우고 있다”는 의견이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귀한 자식일수록 독립적인 인격체로, 스스로 할 수 있는 아이로 키워야 한다”며 과보호가 아닌 적절한 경험과 책임감을 길러주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