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 기간 절반 이하 단축
최대 540만원 시세 상승
새로운 중고차 성장 동력 확보

“신차 사기 힘들어서 중고차 보러 갔는데, 여기도 구하기 쉽지 않네요”, “불경기라고 하는데, 좋은 매물 찾기는 하늘의 별따기에요”
중고차 수출이 역대 최대 호황을 이루자 일부 인기 모델의 경쟁이 뜨겁게 타오르고 있다.
특히 팰리세이드, 모하비 등은 평균적인 판매 기간이 연초 대비 절반 가까이 줄어들고 있어 좋은 매물을 구하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심지어 일부 모델은 기존보다 작게는 4%에서 많게는 7%까지 시세 상승이 이뤄지며 구매하고 싶어도 없어서 못 사는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20일이면 팔리는 ‘황금 매물’들

한 중고차 플랫폼이 18일 발표한 올해 1~5월 플랫폼 내 평균 판매일 분석 결과는 놀라웠다.
기아 모하비 더 마스터는 1월 평균 38일이 걸렸던 판매 기간이 4월에는 20일, 5월에는 24일로 단축되는 추세를 보였으며, 현대 더 뉴 팰리세이드 역시 1월 55일에서 4월 36일, 5월 28일로 줄어들었다.
특히 수입차 중고 시장의 변화는 더욱 극적이다. BMW 5시리즈는 1월 58일에서 4월 23일, 5월 25일로 판매 기간이 절반 이상 줄었다. BMW X5는 1월 42일에서 4월 20일로, BMW X7은 57일에서 4월 19일로 대폭 단축됐다.

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한 달 반에서 두 달은 기본으로 걸렸던 차들이 이제는 3주 안에 팔려나간다”며 “특히 상태 좋은 차량은 매물 올리자마자 문의가 폭주한다”고 전했다.
중고차 시세까지 덩달아 올라

빠른 판매와 함께 가격 상승 현상도 뚜렷하게 나타났다. 2022년식 BMW X5 xDrive 30d xLine의 6월 시세는 전월 대비 7.11% 오른 8099만원을 기록했다. 한 달 사이 무려 540만원이나 뛴 것이다.
BMW 5시리즈 520i M 스포츠는 4.40% 상승한 4496만원, 현대 더 뉴 팰리세이드 2.2 2WD 캘리그래피는 4.61% 오른 4168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처럼 중고차 시장에서 인기 있는 모델들은 국산 차와 수입 차를 가리지 않고 수백만 원씩 시세가 올라가고 있다.
중고차 업계에서는 “시세보다 웃돈을 얹어야 살 수 있는 상황”이라며 “특히 해외 바이어들이 선호하는 모델은 가격 협상 여지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해외 시장이 바꾼 게임의 룰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중고차 수출 시장의 급성장이 있다. 무역협회 통계에 따르면 2021년 약 46만대 수준이던 중고차 수출량은 작년 63만대로 37% 이상 증가했다. 올해 1~4월에만 29만6637대가 수출되며 전례 없는 성장세를 보였다.
한국 중고차가 해외에서 인기를 끄는 이유는 명확하다. 풍부한 옵션과 체계적인 관리 이력이 해외 바이어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특히 보증기간이 끝나는 시점의 감가율을 활용한 최근 3년식 내연기관 모델들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과거에는 상품성이 떨어지는 오래된 차량들이 주로 수출됐지만, 이제는 신차급 품질의 최근 2~3년식 차량도 해외로 나가고 있는 것이다.
신차 시장이 미국 등의 관세 정책으로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중고차 시장은 오히려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은 셈이다. 해외 바이어들의 뜨거운 관심이 국내 중고차 시장의 새로운 변화를 이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