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배 늘어났는데 “하루만에 물거품?”…생명줄 건들자 정부 ‘초비상’

“99% 통로” 흔들리자 유가·운임이 들썩였다
하늘길·바닷길 다 막히며 물류망 ‘경고등’
140배 늘던 수출, 전쟁 한 방에 올스톱 위기
한국 물류망 경고등
출처 : 연합뉴스·게티이미지뱅크

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 충돌이 일주일째 이어지면서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이는 역내 분쟁에 그치지 않고, 그 파장이 ‘호르무즈 해협’이라는 아킬레스건을 타고 한국 경제의 동맥을 위협하는 현실적인 경고음으로 다가오고 있다.

유가 불안, 물류 마비, 수출길 봉쇄라는 ‘전장의 그림자’가 한반도를 향해 짙게 드리우고 있다.

“99%가 이 길을 지난다” 생명줄 흔들리는 호르무즈 해협

가장 치명적인 뇌관은 단연 호르무즈 해협이다. 전 세계 원유 수송량의 약 35%, 액화천연가스(LNG)의 33%가 통과하는 이 좁은 물길은 한국이 수입하는 중동산 원유의 99%가 지나가는 생명선이다.

한국 물류망 경고등
출처 : 연합뉴스

최근 이 해협 인근에서 GPS 교란으로 추정되는 유조선 충돌 사고까지 발생하며 불안감은 극에 달했다.

위험을 감지한 주요 선사들이 이미 아프리카 희망봉으로 항로를 우회하기 시작했고, 이는 고스란히 해상 운임 급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위협은 해상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란, 이스라엘, 이라크 등 주요국 영공이 폐쇄되면서 하늘길이 막혔고, 항공편 운항 중단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

비교적 안전지대로 여겨지던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의 항만마저 우회 물동량이 몰리며 극심한 적체 현상을 빚고 있다. 중동을 교두보로 한 물류 네트워크 전반이 마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140배 늘던 수출, 전쟁 한 방에 ‘올스톱’ 위기

한국 물류망 경고등
출처 : 연합뉴스

이는 곧장 한국의 수출 전선에도 적신호를 켰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분쟁 당사국과 인접국으로의 수출은 올 상반기 최대 140배 가까이 급증하며 뚜렷한 회복세를 보였다.

하지만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이 모든 성과가 물거품이 될 위기다.

중동 시장의 규모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에너지와 물류의 ‘통로’로서의 역할이며, 이 통로가 흔들리면 국내 기업들이 공들여 온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의 미래마저 장담할 수 없게 된다.

물론 호르무즈 해협의 완전 봉쇄 가능성은 아직 낮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이스라엘

미군 함대가 상시 주둔하며 항행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란의 유조선 나포나 기뢰 부설 같은 ‘회색지대’ 도발 가능성은 여전히 살아있는 변수다.

실질적인 봉쇄가 없더라도, 높아진 위험 인식만으로 이미 보험료와 운임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정부와 코트라가 긴급 대응 체제를 가동하고 국내 기업 피해 최소화를 위한 지원에 나섰지만, 분쟁의 향방과 파급 효과를 예단하기는 어렵다.

중동의 포성이 더 이상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님을 직시해야 할 때다. ‘설마’ 하는 관망이 아닌, 최악을 가정한 ‘준비’가 한국 경제의 피해를 최소화할 유일한 해법이다.

Copyright ⓒ 더위드카.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