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게시물 공개 의무화
5년간 활동 내역 검열
골드카드로 부자만 특혜

“이제 페이스북 게시물까지 들여다본다고?” 미국 유학을 꿈꾸던 대학생들 사이에서 당황스러운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주한미국대사관이 20일 발표한 새로운 비자 심사 방침 때문이다. 3주간 중단됐던 유학 비자 인터뷰 신청이 재개되면서, 신청자들은 자신의 모든 소셜미디어 계정을 ‘전체 공개’로 설정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소셜미디어까지 검열하는 새로운 심사
주한미국대사관은 20일 연합뉴스에 배포한 공식 입장문을 통해 F(유학), M(직업훈련), J(연수 및 교수) 비자 신청 일정을 곧 재개한다고 알렸다. 하지만 기존과는 완전히 다른 조건이 따라붙었다.

대사관 측은 “새로운 지침에 따라 모든 학생 및 교환 방문자 신청자에 대해 온라인을 포함한 종합적이고 철저한 심사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비자 신청자는 최근 5년간 사용한 모든 소셜미디어 플랫폼의 사용자명을 DS-160 비자 신청서에 기재해야 한다”며 강력한 경고를 내놨다.
소셜미디어 관련 정보를 누락하거나 거짓으로 기재할 경우의 대가는 혹독하다. 비자 발급이 아예 거부되거나 향후 비자 신청 자격 자체가 제한될 수 있다는 것이다.
20일 오전 11시부터 내주 한 주간 인터뷰 예약이 가능한 날짜가 공개되자마자 예약이 한꺼번에 몰려 곧바로 마감됐다. 지난달 28일 이후 선택할 수 있는 날짜가 아예 없었던 상황에서 제한이 풀린 것이지만, 신청자들의 마음은 복잡하다.
반미 성향 검열까지… 표현의 자유와 충돌
더욱 논란이 되는 부분은 심사 기준이다. 미 국무부는 지난 18일 각국 주재 대사관과 영사관의 비자 심사 담당자들에게 특별한 지침을 하달했다.

비자 신청자들이 ‘미국 국민의 문화, 정부, 기관 또는 건국 이념에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는지, 반유대주의 성향은 없는지, 외국 테러단체를 지지하지는 않는지’ 등을 면밀히 살피라는 내용이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지지 등이 구체적 사례로 언급됐다.
이는 사실상 과거 SNS 게시물을 통해 반미 성향을 검열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표현의 자유를 헌법적 권리로 보장하는 미국이 외국인의 과거 소셜미디어 활동을 비자 거부 사유로 삼는다는 점에서 모순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부자만을 위한 골드카드의 역설
이런 까다로운 심사와 대조적으로, 돈만 있으면 간단히 영주권을 얻을 수 있는 제도도 존재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월 공식 발표한 ‘골드카드’ 제도다.
500만 달러(약 68억~70억 원)를 미국 정부에 투자하면 즉시 영주권을 부여받는다는 내용이다. 기존 투자이민(EB-5) 제도와 달리 10명의 정규직 고용 창출 조건도 없고, 조건부 영주권이 아닌 정식 영주권을 바로 준다.

트럼프 대통령은 “외국 부자에게 영주권을 팔아 미국의 국가 부채를 해결하겠다”고 직설적으로 밝혔다. 현재 미국의 국가 부채는 36조~50조 달러에 달한다.
골드카드 신청 웹사이트가 개설된 후 불과 며칠 만에 7만 명 가까운 외국인이 대기 등록을 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아직 연방의회 승인을 거치지 않은 정책 제안 단계여서 실제 시행 여부는 불투명하다.
일부에서는 자산 규모에 따라 즉시 영주권을 주는 골드카드 제도와, 일반 비자 신청자들에게는 과거 소셜미디어 활동까지 검토하는 강화된 심사가 공존하는 것이 모순적이라는 의견도 존재한다.
미국 대사관의 새로운 방침으로 유학생들의 미국행 길은 더욱 험난해졌다. 소셜미디어 시대에 과거 온라인 발언 하나하나가 비자 심사의 변수가 되는 현실에서, 미국을 꿈꾸는 젊은이들의 고민은 깊어만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