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옆엔 절대 안돼”…대한민국 암흑 상황, ‘얼마 남지 않았다’ 왜?

AI 산업 전력 폭증하는데 송전망 26곳 지연
지방 발전소 돌려도 수도권엔 전기 못 보내
기술·예산 다 준비됐지만 합의가 발목 잡아
AI 송전망 건설 지연
출처 : 연합뉴스

AI 산업과 데이터센터가 수도권에 집중되면서 전력 사용량이 매년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하지만 이 막대한 전기를 최대 소비처인 서울과 경기에서는 만들 수 없어 지방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를 끌어올 ‘전력 고속도로’가 필요하지만, 이 대동맥이 막혀 있다.

현재 전국 주요 송전선로 31곳 중 26곳의 건설이 지연 상태다. 계획대로라면 이미 완공됐어야 할 노선들이 짧게는 7년, 길게는 12년씩 늦춰졌다.

대표적으로 동해안의 값싼 전기를 수도권으로 보내는 초고압 직류송전망(HVDC)은 2019년 말 완공 예정이었으나, 82개월이 밀려 2026년 10월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AI 송전망 건설 지연
출처 : 연합뉴스

발전소는 멀쩡히 있어도 전기를 보낼 길이 없어 일부 동해안 발전소의 가동률은 20%에도 미치지 못한다.

송전선만 보이면 들끓는 민심…지연될수록 커지는 비용 부담

특히나 송전망 건설은 노선이 지나는 지역의 사회적 합의를 얻는 과정에서 난항을 겪고 있다.

토지 소유주와 인근 주민들은 건강 문제, 환경 훼손, 재산권 침해 등에 대한 깊은 우려를 표하고 있으며, 여기에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인허가 절차가 장기화되는 상황이다.

이처럼 사업이 지체되면서 발생하는 발전소 가동률 저하나 건설 비용 증가는 결국 전력 공급망 전체의 부담으로 작용한다.

AI 송전망 건설 지연
출처 : 연합뉴스

이는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전력 수급을 위협하고 전기요금 인상 압력을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수도권의 전력 수요는 훨씬 가파르게 늘고 있다. 특히 AI 산업은 ‘전력 먹는 괴물’이다.

텍스트 기반 AI 서비스는 기존 인터넷 검색보다 10배, 이미지·영상 생성형 AI는 무려 40배 이상의 전력을 소비한다. 지금과 같은 공급 구조로는 미래 첨단 산업의 전력 수요를 감당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핏줄 막힌 전력망…AI 강국 꿈도 흐릿해진다

정부는 ‘에너지 고속도로’ 구축을 외치고 있지만, 현실의 속도는 AI의 발전 속도를 따라가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AI 송전망 건설 지연
출처 : 연합뉴스

해외 선진국들의 대처는 정반대다. 미국은 민간 투자까지 유치하며 국가 차원에서 전력망 확장에 사활을 걸고 있고, 대만은 산업단지 옆에 발전소를 함께 건설해 송전 문제를 원천 차단하고 있다.

노르웨이와 독일은 해저 송전선을 통해 국경을 넘어 전력을 거래하며 공급망을 다변화한다. 이들 국가는 계획 초기부터 주민 의견을 수렴하고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해 사회적 합의를 우선으로 이끌어낸다.

결국 한국이 직면한 문제는 기술이나 예산이 아니다. 전기를 만들고 보낼 설계도와 돈은 이미 마련되어 있다. 하지만 그 길을 내는 과정에서 사회적 합의라는 벽에 부딪혀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전력은 AI 시대의 혈액과 같다. 그 핏줄인 송전망을 제때 잇지 못한다면, 한국의 산업과 국가 경쟁력은 순식간에 빈혈 상태에 빠질 수 있다. 지금의 안일한 대처가 더 큰 위기를 불러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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