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게 싸다 했더니 “이러다 나라 거덜 나”…결국 ‘초강력 지시’ 내려졌다

감정가 반값에 팔린 국유재산, 헐값 논란 확산
매각 실적 급증 뒤엔 무너진 가격 방어선
전면 중단 지시에 행정 신뢰·시장 혼선 우려

윤석열 정부 들어 국유재산이 감정가의 절반 수준에 팔리는 사례가 급증하며 ‘국민 자산 헐값 매각’ 논란이 커지고 있다.

매각 규모는 전 정부의 7배 이상으로 늘었지만 낙찰가율은 오히려 떨어졌다. 국민 세금으로 쌓은 자산이 제값을 받지 못한 채 시장에 쏟아졌다는 지적이다.

매각 7배 늘었지만 낙찰가율 ‘추락’…국민 자산 제값 못 받아

기획재정부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인 2023년부터 올해 10월까지 국유재산 매각액은 약 4,787억 원으로, 이전 3년간의 656억 원보다 7배 이상 많았다.

반면 감정가 대비 낙찰률은 2020년 110%에서 올해 74%까지 급락했다. 감정가의 60% 미만으로 팔린 건수만 310건, 법이 허용하는 최저가(50%) 매각도 94건에 이른다.

이 같은 ‘감정가 반값 매각’을 가능케 한 것은 현행 제도다. 국유재산법 시행령은 두 차례 유찰된 매물의 경우 감정가의 절반까지 낮춰 팔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겉으로는 시장 원리에 따른 조정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정부가 스스로 가격 방어선을 허문 셈이다.

매수자는 “더 떨어질 것”이라며 관망하고, 정부는 ‘빨리 팔라’는 압박 속에 가격을 내린다. 세입 확보보다 매각 실적이 우선되는 구조적 왜곡이 생긴 것이다.

‘급매물’ 된 국유재산…잘못된 타이밍이 부른 손실

시점도 문제다. 부동산 경기 침체기에 대규모 자산을 내놓으면 시장은 이를 ‘급매물’로 본다. 감정평가가 아무리 정교해도 하락 국면에선 헐값 낙찰을 피하기 어렵다.

감정 시점과 입찰 시점의 간극을 줄여 시세 변화를 즉시 반영할 제도적 장치가 필요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낮은 낙찰가는 일회성 손실에 그치지 않는다. 이후 매각의 기준선으로 작용해 전체 국유재산 가치까지 끌어내린다. 여기에 입찰 참여자 수나 낙찰자 집중도 같은 핵심 데이터가 공개되지 않아 경쟁의 투명성마저 의심받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3일 정부 자산 매각을 전면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이미 진행 중인 거래까지 일괄 중단하면 행정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 매각 재개 시 투자자들이 더 큰 폭의 할인율을 요구하고, 관리비와 유지비 부담도 커질 수 있다.

결국 핵심은 ‘팔았느냐, 멈췄느냐’가 아니다. 국민 자산이 정당한 가치를 인정받도록 절차와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국유재산 매각은 시장 논리만으로도, 정치적 판단만으로도 풀 수 없는 문제다.

감정평가부터 낙찰까지 전 과정을 투명하게 관리하는 시스템이 절실하다. 지금의 혼선이 제도 개선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