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작정하고 만들었다”…기름 냄새만 맡아도 ‘900km’ 달리는 SUV 등장? ‘이럴 수가’

내연기관차의 마지막 진화
전기차 스트레스 없는 새 대안
싼타페, 시대의 경계를 넘다

겉은 익숙한 SUV지만, 파워트레인은 완전히 새로웠다.

최근 국내 도로에서 포착된 ‘MX5a EREV’라는 스티커가 부착된 신형 싼타페 시험주행 차량이 자동차 업계의 시선을 끌고 있다. 전기차와 내연기관차의 경계를 허무는 이 차량은, 단순한 모델 변경이 아닌 현대차 전동화 전략의 결정판이라 불릴 만하다.

싼타페 EREV는 ‘확장형 전기차(Extended Range Electric Vehicle)’라는 이름 그대로, 전기모터로 주행하고 엔진은 오직 배터리를 충전하는 역할만 한다. 엔진이 바퀴를 돌리지 않기 때문에 기존 하이브리드보다 전기차에 가까운 주행 감각을 제공하며, 충전 스트레스도 대폭 줄였다.

전기차 감성, 내연기관의 실용성

구조는 단순하지만 효과는 강력하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와 비슷하지만, 엔진이 구동계에 직접 연결되지 않는 직렬형 방식이다.

기존 5세대 싼타페와 외관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측면 충전구, 후면 열관리 시스템, 대형 배기 파이프 등에서 차별화된 디테일이 보인다. 이는 전기로 주행하면서도 배터리 방전 시 엔진이 충전을 도와주는 복합 구조를 보여준다.

이 시스템은 높은 에너지 효율을 갖는다. 엔진은 항상 최적의 회전수로 작동해 연료 소비를 최소화하고, 배출가스도 줄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인프라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EREV는 충전 스트레스 없이 전기차의 장점을 누릴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며 “특히 북미처럼 장거리 주행이 많은 시장에서 강점을 가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번 충전하면 900km도 가능

현대차는 싼타페 EREV의 예상 주행거리를 약 900km 이상으로 보고 있다. 이는 대부분의 순수 전기차를 뛰어넘는 수준으로, 실사용자의 만족도를 크게 높일 수 있는 수치다.

도심에서는 배터리만으로, 고속도로에선 엔진 발전이 개입하는 방식은 운전자가 신경 쓸 필요 없이 자동으로 작동한다.

현대차 차량개발담당 만프레드 하러 부사장은 “EREV는 정숙성, 고성능, 장거리 자유로움까지 모두 갖춘 차세대 하이브리드”라며 “EV 충전소를 찾아 헤맬 필요 없는 유연함이 글로벌 시장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북미부터 시작되는 ‘미래 SUV’의 시험대

현대차는 이번 싼타페 EREV를 통해 북미 시장을 본격 겨냥하고 있다. ‘MX5a’ 코드명에서 알 수 있듯, ‘a’는 북미 전용을 뜻한다. 장거리 주행이 많고 충전 인프라가 고르지 않은 북미 환경에 EREV는 가장 현실적인 해법이다.

현대차는 싼타페를 포함해 GV70, G80 등 주요 차종에 EREV 시스템을 단계적으로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출시는 GV70 EREV가 먼저 이뤄질 예정이며, 싼타페는 2026년 하반기 또는 2027년 초 글로벌 시장에 본격 투입될 전망이다.

업계는 이 모델이 성공적으로 안착할 경우, 쏘렌토나 팰리세이드 같은 대형 SUV에도 EREV 기술이 확산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단일 모델의 데뷔가 아닌, 현대차 전동화 로드맵의 중심축이 되는 핵심 기술이라는 것이다.

단순한 하이브리드가 아니다

닛산의 e-POWER, 쉐보레 볼트와 유사한 구조지만, 현대차는 여기에 플러그인 충전 기능을 더해 차별화를 시도했다. 연비만 좋은 하이브리드가 아닌, 소비자 라이프스타일에 최적화된 유연한 시스템이다.

하루는 EV처럼, 다음 날은 주유차처럼, 사용자의 선택에 따라 달라지는 이 유연함이 곧 경쟁력이다.

전기차냐, 내연기관차냐를 고민할 필요는 없다. 싼타페 EREV는 그 질문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든다. 이 차량은 ‘둘 다’를 원했던 소비자들의 요구에 대한, 가장 현실적인 대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