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나도 달려들자 “한국 이제 어떡해”…거대한 흐름 속 ‘초비상’ 걸렸다

중국, 출연연 연구자 겨냥 ‘천인계획’ 포섭 메일
연봉 1억·보너스 2억·주택 지원까지 유혹
전문가 “돈보다 연구 환경이 더 큰 문제”

최근 한국 과학기술계를 향한 중국의 손길이 예사롭지 않다. 해외 우수 인재를 끌어들이기 위한 중국의 국가 프로젝트 ‘천인계획’이 이제는 정부출연연구기관 연구자들까지 겨냥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단순한 인재 영입이 아니라, 기술과 인력을 한꺼번에 흡수하려는 움직임이라는 점에서 파장이 크다.

“메일 한 통으로 시작된 포섭 작전”…한국 연구자 수백 명 노렸다

문제의 시작은 이메일이었다. 한국의 주요 출연연 연구자 수백 명이 ‘중국의 뛰어난 과학자 펀드 초청’이라는 제목의 메일을 동시에 받았다. 대부분은 스팸으로 걸러졌지만, 일부는 클릭까지 이어졌다.

발신 주소는 ‘1000fb.com’, ‘1000help.tech’처럼 ‘천인(1000인)’을 암시하는 도메인이었다. 이후에는 단체 발송이 아닌 개별 접촉 방식으로 진화했고, ‘외국인 전문가 프로그램’ 등 다른 이름으로 교묘히 위장해 다가오는 사례도 확인됐다.

이들이 제시한 조건은 상상을 넘어선다. 정착 보너스만 50만~100만 위안, 우리 돈으로 1억~2억 원. 연구비는 300만~500만 위안, 한화 6억~10억 원 수준이다.

젊은 연구자에게도 최소 100만 위안, 약 2억 원의 초기 연구비를 약속한다. 연봉은 50만 위안, 약 1억 원이 기본이고, 주택 보조금과 가족 비자, 장기 체류 지원까지 포함된다.

지방정부가 매칭 펀드를 얹는 경우도 흔하다. 연구자가 옮기면 정착부터 연구비, 가족 문제까지 국가가 대신 책임지는 셈이다.

돈보다 시스템이 문제…출연연 인력 유출 땐 기술도 새나간다

중국의 목표는 분명하다. 단순한 인재 확보가 아니라 기술 주도권이다. 국가정보원은 천인계획을 “해외 핵심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포섭 공정”으로 본다.

실제로 최근 5년간 일부 한국 연구자는 10회 이상 중국을 오가며 협력 명목의 접점을 넓혔다. 반복된 교류는 단순 방문이 아니라 관계를 쌓기 위한 과정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안을 단순히 “돈이 많아서”의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연구 환경, 성과에 따른 보상, 자율성 등 근본적인 시스템이 매력적으로 작동하지 않으면 해외의 제안을 막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특히 출연연은 국가 연구를 담당하는 기관인 만큼, 인력 유출은 기술 유출로 직결될 수 있다.

단속만으론 막을 수 없다…‘사람을 지키는 기술 안보’가 관건

정부는 인재 유출 방지 대책을 곧 발표할 예정이다. 하지만 기술패권 경쟁이 치열해지는 지금, 제도적 단속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하다.

연구자들이 해외의 거액 제안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도록, 국내에서도 합리적 보상과 연구 자율성을 보장하는 환경이 필요하다.

기술 안보를 지키는 일은 단순히 정보 보호를 넘어, 사람을 지키는 문제이기도 하다. 지금의 느슨한 대응이 이어진다면, 다음 메일은 더 큰 유혹이 되어 돌아올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