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대통령 ‘뚝심’ 제대로 먹혔다”…트럼프·시진핑 앞 ‘한국의 저력’ 꺼내자, 현장 ‘발칵’

이재명 대통령, 국산차 직접 선택
세계 정상들과 나란히 선 G90
의전차 190대, 이제는 렌터카로

2025 APEC 정상회의가 막을 내린 뒤, 경주 시내에 세워진 제네시스 G90 앞에서 시민들이 발길을 멈췄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이 차량은 이재명 대통령을 비롯한 각국 정상들을 태우던 공식 의전차였다. 2005년 부산 APEC 이후 20년 만에 국산차가 정상회의 의전차로 복귀한 순간이었다.

이번 APEC에서 대한민국은 외제차 대신 국산차를 전면에 내세웠다. 이재명 대통령은 기존의 메르세데스-마이바흐 S클래스 대신 현대차의 제네시스 G90을 공식 의전차로 선택하며, 국산차의 위상을 세계 무대에 세웠다.

최고급 외제차 대신 국산 세단

APEC 기간 동안 이재명 대통령은 ‘ROK-001’ 특수 번호판이 달린 제네시스 G90에 탑승해 일정을 소화했다. 이전까지 대통령 의전차로 쓰였던 마이바흐 S클래스 풀만 가드는 10cm 두께의 방탄유리, 화생방 장비, 런플랫 타이어 등 최고 수준의 보안 기능을 갖춘 차량이다.

그럼에도 대통령은 국산 플래그십 세단을 택했다. 현대차는 이번 회의에 총 192대의 차량을 지원했다. 이 중 정상급 인사에게는 G90 113대, 장관급 인사에게는 G80 74대가 제공됐다. 수소전기버스와 모바일 오피스 버스까지 포함돼 회의 주제인 ‘연결·혁신·번영’을 친환경 차량으로 구현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대통령 전용차의 구체 사양은 보안상 공개하기 어렵다”고 설명했지만, 방탄 차체와 비상 통신 시스템 등 고사양 보호 장비가 적용됐을 가능성이 높다.

자국 브랜드 의전차…세계 흐름에 한국도 합류

이번 회의에서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캐딜락의 ‘더 비스트’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훙치 N701을 타고 나타났다. 주요국 정상들이 자국 브랜드 차량을 공수해오는 관행 속에서, 제네시스 역시 국산차로는 처음으로 APEC 정상급 의전에 이름을 올렸다.

현대차는 이 기회를 브랜드의 글로벌 위상을 높이는 계기로 삼았다. 관계자는 “주요국 정상과 기업 CEO가 모이는 자리에서 제네시스의 품질과 기술력을 알릴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의전차’ 190대, 회의 끝나자 렌터카로

더 흥미로운 건, 의전 임무를 마친 제네시스 G90과 G80 차량 190여 대가 일반 렌터카로 전환됐다는 점이다. 이번에는 현대차가 직접 차량을 제작해 납품하는 대신, 롯데렌터카를 통한 단기 임대 방식이 활용됐다.

렌터카사는 차량 운영과 회수, 정비를 담당했고, 현대차는 공급과 품질 관리를 맡았다. 행사 종료 후 차량들은 다시 렌터카로 등록돼 전국에 배치됐다.

일반 소비자가 렌트한 차량이 실제로 대통령이나 외국 정상이 탔던 차일 수도 있다. 하지만 롯데렌터카 측은 “이전 탑승자 정보는 개인정보라 제공하지 않고, 모든 차량은 철저한 세차 후 재운행된다”고 설명했다.

제네시스 G90은 대통령의 의전차가 됐고, 세계 정상들을 태웠으며, 이제는 누구나 운전할 수 있는 차량으로 돌아왔다.

국산차의 기술력과 신뢰가 국가의 얼굴로 쓰였다는 사실은, ‘K-모빌리티’의 위상이 더 이상 국내에만 머물지 않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