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라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가 8시간 20분이 지나서야 완전히 진화된 가운데, 이번 화재로 인해 구조물 약화에 대한 우려가 제기 되고 있다.
화재가 발생한 이후 6일, 인천 서구에 따르면 제일건설이 의뢰한 안전진단 전문업체와 인천시 안전관리자문단이 ‘긴급 건축물 구조안전진단’을 실시해 많은 이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고온의 화재가 건축물 약화시킨다는 연구결과
실제로 이러한 전기차 배터리 화재와 같은 고온은 건축물의 구조를 약화 시키는데, 과거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수행한 실험에서는 콘크리트와 철근이 고온에 얼마나 취약한 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연구팀은 초고층 건물에 주로 사용되는 철근 콘크리트를 600도 이상의 열로 가열했고 이후 콘크리트 조각이 서서히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가열 5분 후 두께 2cm의 콘크리트가 떨어져 나갔고, 결국 철근마저 불에 직접 노출되어 녹아내렸다.
과거 미국에서 발생한 9/11 사고 역시 비행기의 충격이 두 타워의 구조 프레임을 심각하게 손상시켰지만, 붕괴를 일으킨 주범은 따로 있었다.
제어할 수 없는 화재에서 발생한 강렬한 열이 건물의 구조적 안정성을 결정적으로 약화시킨 것이었다.
비행기의 연료와 사무실 재료를 연료로 사용한 강한 화재가 극도의 고온을 발생시켰고, 이로 인해 철골 구조가 상당 부분 강도와 강성을 잃었다.
당시 화재가 지속되면서, 바닥과 외벽 기둥이 약화되어 바닥이 처지기 시작했고, 이는 기둥에 추가적인 하중을 가했다. 이 과정에서 열팽창이 일어났는데, 이미 손상된 구조에 더욱 큰 스트레스를 가하면서 건물 전체에 타격을 줬다.
이번 인천 아파트 화재에서도 내부 온도가 1500도까지 치솟았던 만큼, 콘크리트가 녹아내렸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에 따르면 “전기차 화재 발생시 연쇄적으로 폭발하는 열 폭주 현상이 발생한다”며 “철근 표면 온도 허용 기준치는 500-600도로 온도가 600도를 넘을 시 콘크리트가 벗겨지며, 철근이 노출돼 고온에 강도가 약해지며 변형이 일어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전체적인 안전진단을 실시해 보강·교체 시공이 필요해 보인다”라고 조언했다.
스프링클러 작동했다면, 차량 피해 감소했을 것
한편, 일각에서는 이번 사고 현장에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아 불이 커져 피해를 키웠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올 4월 ‘지하 주차장 내 전기자동차 화재의 소방시설 적응성 분석을 위한 실규모 소화 실험 논문’에는 전기차 화재 발생시 스프링클러가 작동될 경우 인접 차량에 불이 전이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실험 결과가 발표됐다.
해당 연구는 지하 주차장 안에서 전기 자동차 화재 발생 시 차량 상부에 만약 스프링클러가 작동할 경우 불이 난 차량은 모두 타지만, 인접 차량까지는 불이 전이되지 않는 것을 확인했다.
추가적으로 건물 내 하부 스프링클러가 전체 작동했다면 전기차의 열폭주 현상을 50%가량 낮출 수 있었으며, 폭주 시간도 지연 시킬 수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번 사고 현장은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아 시공사와 인천시는 사안이 시급한 만큼 육안 조사와 장비 계측을 통해 구조물 기둥에 변형이 있는지 긴급 안전점검에 나선다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