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렴한 찻값을 무기로 전 세계를 휩쓸던 중국 자동차 업체들의 글로벌 확장 공식이 진화하고 있다.
단순히 완성차를 배에 실어 나르던 수출 단계를 넘어, 이제는 해외 핵심 거점에 직접 생산 공장을 짓고 현지 브랜드로 뿌리를 내리는 맹렬한 전략으로 급선회하고 있다.
최근 주요 외신에 따르면 중국의 대형 자동차 제조업체인 장청자동차(GWM)는 아프리카 최대 자동차 시장인 남아프리카공화국에 현지 생산 거점을 확보하기 위한 다각적인 검토에 착수했다.
수출 한계 절감한 중국, 메이드 인 아프리카 노린다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약 123만 대의 차량을 판매하며 덩치를 키운 장청자동차는 남아공 현지에서 벤츠나 닛산 등 기존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공장을 공유하거나 아예 인수하는 방안을 두고 물밑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운 공장을 짓는 데 걸리는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아끼고, 기존에 구축된 생산 라인과 숙련된 노동력을 즉각 흡수해 단숨에 현지 조립 물량을 쏟아내겠다는 치밀한 계산이다.
이들이 이처럼 해외 현지 생산에 목을 매는 이유는 갈수록 촘촘해지는 글로벌 무역 장벽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연합을 필두로 중국산 자동차에 대한 징벌적 고관세 조치가 확산되자, 이를 우회하기 위해 신흥국 현지에서 직접 차를 조립하는 이른바 현지화 방어막을 강력하게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아프리카 자동차 시장의 심장부인 남아공은 아프리카 대륙 전체로 영토를 넓히기 위한 완벽한 전진 기지 역할을 한다.

현지 자동차 통계에 따르면 2020년 불과 2퍼센트대에 머물던 중국 브랜드의 남아공 신차 시장 합산 점유율은 최근 11퍼센트를 훌쩍 돌파하며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막대한 해상 물류비를 덜어낸 현지 생산 물량까지 본격적으로 쏟아지게 되면, 이들의 가격 경쟁력은 기존 자동차 업체들이 도저히 감당하기 힘든 파괴적인 수준으로 벌어지게 된다.
안방 뺏길 위기, 현대차와 기아의 험난한 방어전
이러한 중국 자동차의 거침없는 현지화 공세는 이곳을 핵심 신흥국 수출 텃밭으로 삼아온 한국의 현대자동차와 기아에게 매우 뼈아픈 타격이 될 전망이다.
현대자동차는 남아공 시장에서 현지 맞춤형 소형 모델을 앞세워 수년째 브랜드별 판매 순위 4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으며, 기아 역시 꾸준히 10위권 내에 이름을 올리며 탄탄한 입지를 과시해 왔다.

하지만 현재 5퍼센트 수준의 점유율을 확보한 장청자동차를 비롯한 중국 업체들이 아예 현지 공장까지 가동하며 파격적인 할인을 곁들인 물량 공세를 퍼부을 경우 시장의 판도는 순식간에 뒤집힐 수 있다.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오랜 기간 쌓아온 품질 신뢰도가 여전히 높지만, 중국차들이 현지 생산을 통해 가격을 극단적으로 낮추고 부품 조달 속도를 높이면 가성비를 중시하는 신흥국 소비자의 대규모 이탈을 막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무역 장벽에 가로막힌 중국이 이제는 거대한 자본력을 앞세워 전 세계에 직접 자동차 공장을 지으며 영토를 집어삼키고 있다.
전통적인 수출 방식에 의존해 온 K자동차의 든든한 신흥국 방어선이 그 어느 때보다 거센 위협 앞에 위태롭게 흔들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