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방산의 영토가 마침내 유럽의 심장부 바다까지 뻗어나가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최근 한화오션은 그리스 최대 조선·방산 기업인 오넥스(ONEX) 그룹과 전략적 제휴(Teaming Agreement)를 맺고 현지 해군과 해경의 현대화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지중해 품은 한화오션, 글로벌 생산 거점 확보
이번 협력의 핵심은 단순한 선박 수출을 넘어 유럽 한복판에 전초기지를 세우는 데 있다.
한화오션은 오넥스를 독점적 파트너로 삼아 그리스를 지중해와 흑해 지역 진출을 위한 핵심 생산 거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은 그리스 해군이 추진 중인 호위함 및 노후 잠수함 교체 사업을 겨냥한 맞춤형 현지화 전략이다.
그리스 정부는 자국 방위사업 추진 시 70% 이상의 높은 현지 생산 비율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이에 한화오션은 압도적인 3,000톤급 잠수함 설계 기술력과 최첨단 전투체계 기술을 제공하고, 실제 선체 조립은 오넥스의 현지 조선소에서 진행하는 방식을 채택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국제개발금융공사(DFC)의 투자를 받은 오넥스와의 결합은 한국의 기술, 미국의 방산 네트워크, 그리스의 제조 인프라가 결합된 강력한 3각 편대를 완성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거제와 울산의 깊은 시름, 극심한 조선업 인력난

이러한 한화오션의 파격적인 해외 진출 행보는 현재 한국 조선업계가 직면한 뼈아픈 현실과도 깊게 맞닿아 있다.
현재 거제와 울산 등 국내 주요 조선소들은 밀려드는 수주 물량으로 뱃고동을 울리고 있지만, 정작 배를 만들 하청업체 용접공과 숙련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수천 명에 달하는 외국인 노동자를 긴급 수혈하며 버티고 있지만, 고도의 보안과 정밀함이 요구되는 최신형 군함 건조의 특성상 인력난은 치명적인 병목 현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수만 톤의 철판을 자르고 이어 붙이는 물리적인 조립 공정을 모두 한국 땅에서만 소화하겠다는 기존의 공식이 인구 절벽이라는 한계에 부딪힌 셈이다.
껍데기는 내주고 알맹이는 챙기는 영리한 K-조선

이런 맥락에서 한화오션의 그리스 현지화 전략은 국내 조선업의 인력난을 우회하면서도 생태계 전반의 수익을 극대화하는 매우 영리한 돌파구다.
막대한 노동력이 투입되는 선체 건조는 현지 조선소에 맡겨 그리스 정부의 입맛을 맞추고 국내 현장의 과부하를 막는다.
대신 거제와 울산의 연구진은 고부가가치 설계에 집중하고, 수많은 국내 중소 협력사들은 함정의 두뇌에 해당하는 전투체계, 레이더, 음파탐지기(소나) 등 고가의 핵심 기자재를 수출해 확실한 실속을 챙길 수 있다.
거대한 배의 껍데기는 해외에서 만들더라도, 전체 예산의 핵심을 차지하는 무장과 기술 종속권은 한국이 쥐고 가는 이른바 ‘스마트 방산 수출’ 모델의 완성이다.

결국 한화오션의 그리스 상륙 작전은 유럽 군함시장 진출이라는 쾌거를 넘어, 만성적인 인력 부족에 허덕이는 대한민국 조선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을 새로운 생존 공식을 제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