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래 모빌리티 시장의 권력이 쇳물을 녹여 차체를 만드는 기업에서, 실리콘으로 인공지능(AI) 두뇌를 빚어내는 테크 거인에게로 완전히 넘어가고 있다.
자율주행의 패권을 쥐기 위해 테슬라와 BYD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피 튀기는 경쟁을 벌이는 줄 알았지만,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진짜 승자는 뒤에서 조용히 판을 깔고 있던 ‘엔비디아(Nvidia)’였다.
엔비디아의 ‘두뇌’를 이식받는 중국·일본차
주요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최근 글로벌 완성차 업체인 BYD, 지리자동차(Geely), 닛산(Nissan), 이스즈(Isuzu) 등이 자사의 ‘드라이브 하이페리온(DRIVE Hyperion)’ 플랫폼을 기반으로 차세대 레벨4(L4) 자율주행 차량을 개발한다고 발표했다.
드라이브 하이페리온은 단순한 반도체 칩이 아니다. 자율주행에 필요한 고성능 컴퓨터, 센서, 소프트웨어 아키텍처가 하나로 통합된 일종의 ‘자율주행 턴키(Turn-key·일괄 수주) 솔루션’이다.

과거에는 완성차 업체들이 수조 원의 천문학적인 연구개발비와 십수 년의 시간을 들여 독자적인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해야 했다.
하지만 이제는 엔비디아라는 거대한 플랫폼에 탑승하기만 하면 세계 최고 수준의 레벨4 자율주행차를 단기간에 찍어낼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외신과 산업 분석가들은 이를 두고 “자동차 회사가 점차 엔비디아의 소프트웨어를 담아내는 껍데기(하드웨어 조립업체)로 전락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마치 스마트폰 시장에서 제조사들이 구글 안드로이드 생태계에 종속된 것과 같은 역사가 자동차 산업에서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독자 노선 걷는 현대차, 좁혀지는 기술 격차 ‘초비상’

엔비디아가 주도하는 자율주행 연합군의 확장은 한국의 현대자동차그룹에게 매우 뼈아픈 청구서이자 치명적인 위협이다.
현대차그룹은 포티투닷(42dot)을 인수하고 모셔널(Motional)에 막대한 자본을 수혈하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아우르는 독자적인 SDV(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 및 자율주행 생태계 구축에 사활을 걸고 있다.
남의 두뇌(플랫폼)를 빌려 쓰다가는 결국 하청업체로 전락할 것이라는 뼈저린 위기의식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속도’와 ‘비용’이다.
현대차가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부으며 기술 독립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이, 무서운 속도로 추격해 오는 중국의 BYD나 전통의 경쟁자 닛산은 엔비디아의 완성된 솔루션을 ‘쇼핑하듯’ 사들여 단숨에 레벨4 자율주행차를 시장에 쏟아낼 준비를 마쳤다.

아무리 현대차가 우수한 독자 기술을 개발하더라도, 압도적인 컴퓨팅 파워를 자랑하는 엔비디아의 범용 생태계를 상대로 기술적 우위와 가격 경쟁력을 동시에 증명해야 하는 이중고에 처하게 된 것이다.
결국 자율주행 시대의 진정한 공포는 경쟁사의 화려한 신차가 아니라, 누구나 최고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을 쉽게 돈 주고 살 수 있게 된 ‘기술의 평준화’에 있다.
독자 생존의 가시밭길을 택한 현대차가 글로벌 빅테크가 깔아놓은 거대한 플랫폼의 포위망을 어떻게 돌파할 것인지, 그 험난한 시험대가 본격적으로 막을 올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