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생산 줄고, 가격은 상승
전기차만 예외적 증가세 보여
관세 해법도 복잡한 실타래

트럼프 美 대통령이 주도한 수입차 25% 고율 관세가 미국 내 자동차 생산 감소, 소비자 부담 증가라는 뜻밖의 결과를 낳았다.
특히 미국 내 제조업 활성화와 소비 진작을 목표로 한 정책이 오히려 정반대의 파장을 일으키며, 자동차 산업 전반에 걸쳐 혼란이 확산되고 있다.
자동차 생산 감소와 가격 상승의 역설

자동차시장 분석업체 오토포캐스트에 따르면, 완성차 업체들의 생산량을 분석한 결과 올해 2분기 북미 지역 자동차 생산이 전년 동기 대비 약 12만6천 대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해 북미 전체 생산량 1천601만 대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오토포캐스트는 이 같은 감소 원인으로 캐나다·멕시코산 자동차 부품에 부과된 관세로 인한 생산 비용 증가를 지목했다.
샘 피오라니 오토포캐스트 부사장은 “캐나다산 미니밴이나 멕시코산 이쿼녹스가 더 높은 비용을 감당할 가치가 없다고 소비자들이 판단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미국의 관세 정책은 제조 비용을 크게 끌어올리고 있으며 구겐하임증권은 자동차 한 대당 평균 제조 비용이 약 3천400달러(한화 약 480만원) 증가할 것이라 전망했다.
그 결과 자동차 소비자 가격도 덩달아 상승했다. 콕스 오토모티브와 무디스 애널리틱스가 공동 발표한 ‘자동차 구입 능력 지수’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내 평균 신차 가격은 2.5% 상승했고, 월평균 차량 할부금도 3% 늘어난 753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포드와 스텔란티스 등 미국 브랜드가 대규모 할인에 나선 상황에서도 나타난 수치다. 관세 정책이 소비자 부담을 줄일 것이라던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장은 사실상 뒤집힌 셈이다.
글로벌 협상과 국내 완화 조치의 병행

관세 정책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여러 조정 정책과 협상이 진행 중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내 생산 차량에 한해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관세 일부를 환급하거나 면제해주는 제도를 도입했다.
예를 들어 첫해에는 차량 가격의 3.75%, 2년 차에는 2.75%에 해당하는 부품 관세가 환급되며 미국 조립 차량에 대해서는 일정 비율의 부품을 무관세로 사용할 수 있는 크레딧 제도도 운영 중이다.
하지만 이러한 조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주요 교역국들은 미국과의 양자·다자 통상 협상에서 자동차 관세 면제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또한 APEC 장관회의와 같은 국제 무대에서도 관세 문제가 주요 의제로 다뤄지고 있다. 미국은 중국과는 비교적 신속히 무역 합의를 이뤘지만, 동맹국들과는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져 있다.
한국 정부는 한미 ‘2+2 통상 협의’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관세 문제 해결을 모색 중이며, 현대차와 같은 국내 기업의 미국 내 투자 확대도 협상 카드로 활용되고 있다.
전기차는 예외적 성장세

이러한 상황에서도 전기차 부문은 다소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친환경 정책을 철회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오히려 증가했다.
S&P 글로벌 모빌리티에 따르면, 지난 3월 미국에서 등록된 전기차는 11만5천758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증가했다.
일반 승용차 증가율이 14%인 점을 고려하면 더욱 두드러지는 수치다. 전기차가 전체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4%포인트 상승한 7.5%를 기록했다.

이는 미국 내 전기차 수요가 여전히 견고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하지만 전체 자동차 산업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를 상쇄하기엔 부족하며, 관세 정책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인 접근이 여전히 요구되고 있다.
한편 미국 자동차 업계와 교역국들이 이처럼 복잡하게 얽힌 관세 문제를 풀기 위해 협상과 정책 완화를 병행하고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가 불러온 ‘재앙’의 여파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